[정치 인사이드] 文지지 '문자 폭탄' 주동자 찾고보니 60대 여성

비문(非文) 성향 의원들에게 집단으로 욕설 메시지를 보내는 이른바 '문자 폭탄'의 선동가 중 한 명이 문재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하는 60대 여성 A씨로 2일 밝혀졌다. 문 후보 측은 열성 지지자들의 막말성 무차별 공격이 선거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내부적으로 이에 대한 자체 조사에 나섰다가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 문 후보 측은 "문자 폭탄은 20~30대 열성 지지자들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60대 여성이라니 우리도 놀랐다"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문자 폭탄과 문 후보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A씨가 활동하던 소셜미디어 채팅방 '문재인 지킴이 십만대군 모여라'에는 문 후보 지지자 320여명이 수개월 전부터 정치권 정보를 공유했다. 여기에는 일반 시민·당원뿐만 아니라 김병기 민주당 의원, 양향자 최고위원 등 문 후보 측 인사들도 참여했다. 이 채팅방은 자체 성격에 대해 "우리 님들 각자 편리하신 소셜미디어 정보 교류로 각종 언론 보도의 잘못된 비난, 비방 등을 감시하고 신고(캡처 후 첨부)하여 그에 따른 대처 방안을 함께 찾아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광주 출신으로 열성적인 문 후보 지지자인 A씨는 그동안 채팅방에 각종 글을 올리며 활발하게 활동했다. A씨는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안희정 측) 박영선은 미친X. 당에서 기어나가라고 문자 좀 해라" "이종걸은 이재명 지지한다고 했다. 이 인간도 정권 바꿀 생각은 아예 없다. 문자로 쓴소리 좀 하라"며 해당 정치인의 휴대전화 번호를 첨부했다. 그 뒤로 박영선·이종걸 민주당 의원은 수백 통의 욕설 메시지를 받았다. 채팅방에는 "'목포 김기춘' 박지원옹(翁)이 항의 문자 2만통에 핸드폰을 바꿨다. 새 핸드폰 번호를 다시 알려 드린다" 같은 글도 올라왔다.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작년 말 '18원 후원금'과 문자 폭탄 수천 통을 받고 전화번호를 바꿨지만 여전히 욕설 문자에 시달리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문재인 캠프도 최근 지인들에게 물어물어 A씨에 대한 신상 파악에 나섰다. 문 후보 측은 "60대 할머니가 문자 폭탄을 선동했다고 하니 다들 깜짝 놀랐다"면서도 "자발적 지지자일 뿐 캠프와는 무관한 인물"이라고 했다.

문 후보 캠프의 윤영찬 SNS본부장은 "후보 측에서 이들을 직접 접촉하면 무슨 관계가 있는 것처럼 오해를 살까 봐 간접적인 경로로 자제를 당부하고 있다"고 했다. 문 후보 측 관계자는 "이들은 '왜 이래라저래라 하느냐'며 우리 말도 듣지 않는다"고 했다.

A씨는 당내 활동을 상당히 적극적으로 해왔다고 한다. 당 관계자는 "지방의 당 행사마다 빠짐없이 참석하며 보이는 의원마다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A씨의 소셜미디어에는 주로 문 후보 측 인사들과 찍은 사진들이 많았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통화에서 "사진을 찍자는 열성 지지자들이 많아 같이 찍은 것"이라며 "단체 채팅방이 워낙 많아 문제가 됐던 채팅방에 내가 초대돼 있는 줄도 몰랐다. 글을 써본 적도 없고 읽어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이에 대해 비문 진영은 "문 후보 측이 지시를 내린 건 아니더라도 문자 폭탄 선동을 적극적으로 막지 않아 사태를 키웠다"고 하고 있다. 비문 진영 한 의원은 "문 후보 측 인사들이 몇 달간 채팅방에 같이 들어가 있었으면서 이제 와 몰랐다고 하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했다. 비문 측은 A씨가 활동하던 수백 명 규모의 단체 채팅방이 소셜미디어마다 여러 개 있기 때문에 조직적으로 문자 폭탄 공격이 이뤄진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윤영찬 본부장은 "문 후보의 자발적인 소셜미디어 친구만 약 50만명"이라며 "인신공격 같은 문자 폭탄은 분명히 잘못됐지만 소셜미디어로 인해 누구나 쉽게 정치적 의견을 표출하는 등 정치 지형이 급변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