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정치활동' 공약한 문재인·이재명… 違憲 논란 점화

문재인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를 비롯한 일부 대선 주자들은 지난 18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출범식에 참석해 교사를 비롯한 공무원들의 정치 참여를 허용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크고, 사회적으로도 불필요한 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文 "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 공약

공노총은 이날 발표한 향후 추진 11대 과제에는 정당 가입과 정치 후원 등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 정부 조직 개편 노조와 협의 공무원 노조 가입 범위 확대 등이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후보는 공노총 출범식에서 "11대 과제를 전면 수용해 집권하면 반드시 관철하겠다"며 "공무원의 정치기본권 보장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도 보도자료를 통해 "공무원도 대한민국 국민이자 민주공화국 구성원의 일원인데 정치적 의사 표현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은 과도한 규제"라며 수용할 뜻을 밝혔다.

문 후보 측 김경수 대변인은 본지 통화에서 "세계적으로 공무원과 교사의 정치 활동을 금지하고 있는 나라가 별로 없는데 이 부분에 관해서는 우리나라가 후진적인 상태라 후보의 의지가 강하다"며 "지역의 오피니언 리더 상당수가 공무원과 교사들인데 당원 가입도 못 하게 돼있으니 문제가 심각하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문 후보측은 전교조와 전공노 합법화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교조와 전공노는 현재 해직자들도 노조에 포함하고 있고, 박근혜 정부에선 '해직자의 노조 가입은 위법'이라는 고용노동부 판단에 따라 두 단체를 '법외(法外)노조'로 정했다. 법외노조는 단체교섭권, 협약체결권, 노조전임자 파견권 등 법적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그러나 문 후보 측은 "정부가 해직자의 공무원·교직원 노조 가입을 금지한 것은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한다는 판단"이라고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민주당 안희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11대 추진 과제 하나하나에 대한 수용 여부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안희정 후보는 "지방 정부를 이끌며 많은 부분 동지들의 제안을 실천했는데 여러분의 권위와 자부심을 지켜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했고, 안철수 후보는 "11대 정책 추진 과제에 많은 부분 공감하는데, 공무원은 국가가 마땅히 수행해야 할 공공성의 주체"라고 했다. 두 후보 측 관계자들은 "검토는 하고 있지만 아직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기에는 조심스럽다"며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문제"라고 했다.

◇違憲 논란, 政爭 확산 우려도

공무원 정치 참여 허용의 가장 큰 벽은 위헌·위법 논란이다. 헌법 7조에는 '공무원의 신분과 정치적 중립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돼있다. 국가공무원법 65조에는 '공무원은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 결성에 관여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없다' '공무원은 선거에서 특정 정당 또는 특정인을 지지 또는 반대하기 위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 정당과 노조 관련 법에서도 비슷한 조항이 있다. 헌법재판소는 지난 2004년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공무원·교사의 정당 가입 금지' 규정인 정당법 22조가 합헌(合憲)이라고 결정하기도 했다. 2014년에도 같은 사안에 대해 정당법·공무원법 합헌 결정이 나왔다. 문재인·이재명 후보 측은 "헌법 조항은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에 공무원법만 개정하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숭실대 전득주 명예교수는 "개헌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에 대한 규정을 손보지 않는 한, 공무원의 정치 참여는 불가능하다"며 "독일처럼 여야 정치인들의 의식이 성숙해진다면, 개헌을 통해 공무원의 정치 참여를 가능하게 할 수도 있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시기상조라는 판단"이라고 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건국대 한상희 교수는 "헌법의 공무원 정치적 중립 조항은 공무원의 권력과 권한을 남용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야 한다"며 "기존 헌재의 판결도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던 것"이라고 했다.

현실적으로는 누가 집권해도 '여소야대(與小野大)'인 현 국회 구도에서 일부 정파만의 힘으로 법 개정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특히 새 정권이 사회적으로 찬반(贊反)이 명확하게 갈리는 문제를 추진하겠다고 할 경우 또 다른 분열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천대 이준한 교수는 "어떤 후보가 대통령이 되든 국가적으로 시급한 현안이 많은 상황에서 공무원의 정치 참여 문제는 굉장한 논란을 불러일으키면서 국민을 힘들게 만들 수 있다"며 "순기능과 역기능을 고루 감안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