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기차 급발진 사고 태반, 국과수까지 '모르쇠' 논란 … '적반하장' 태도 기막혀

수사 당국의 덮어주기 의혹이 가시지 않은 현대자동차 SUV 싼타페가 또다시 급발진 사고를 내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국내 주요 자동차 전문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한 네티즌이 현대차 싼타페의 급발진 사고를 당했다며 분노를 터뜨렸다. 이 네티즌은 싼타페의 치명적인 결함을 주장하면서 수많은 운전자들의 안전을 위해 진정성 있는 조사와 전면 리콜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국내 주요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산타페 급발진 사고 현장. 게시물 캡처

문제를 제기한 네티즌은 자신의 차량인 싼타페가 시동을 걸자마자 갑자기 굉음을 내며 달려가 차가 반파되는 사고를 당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사고 조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 사고는 지난 1월 1일 발생했다. 차주는 경북 경산시 와촌면에 있는 팔공산 갓바위로 해맞이를 갔다가 산길에서 사고가 났다고 설명했다. 갓바위 입구 내리막 산길에 차를 주차해뒀고 탑승해 시동을 거는 순간 차에서 큰 소리가 나면서 쏜살같이 주행했다는 것이다. 

이 네티즌은 브레이크를 아무리 밟아도 듣지 않아 왼쪽 발로 풋브레이크를 밟았지만 이도 무용지물이었다고 다급했던 상황을 설명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주위에 주차된 차량 3대를 연달아 들이받고서야 차를 세울 수 있었다고 한다. 더욱이 싼타페에 설치된 7개의 에어백마저 터지지 않아 이 네티즌과 그의 아내는 갈비뼈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었다.

사진=국내 주요 자동차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산타페 급발진 사고 현장. 게시물 캡처

현대차 서비스센터는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을 두고 센서각이 맞지 않아 그런 것이며,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은 것은 가속폐달을 밟아놓고 브레이크라 착각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상식적인 발언마저 서슴지 않았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해당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다른 커뮤니티에도 사고 소식이 일파만파 확산돼 공분을 사고 있다. 네티즌들은 지난해 8월 일가족 4명이 숨지게 된 부산 현대차 싼타페 사고도 꺼내들며 현대차 불매운동에 들어가야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이 사고의 규명을 맡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은 사고차량 파손이 심각해 사고원인을 규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인천 남동산단에서 자동차정비업체를 운영 중인 박병일(카123텍 대표) 자동차정비 명장은 이 사고를 자체 조사한 결과 사고원인이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7시30분께 경남 창원시 의창구 경남도청 신관 건물 지하 주차장 입구에서 도청 공무원 강모 씨의 현대 그랜저 HG300 승용차량이 화단 위로 올라가 있다. 이날 오전 출근길이었던 강 씨는 주차장 입구로 천천히 차를 몰았는데 갑자기 소음 및 RPM(회전수)이 상승하면서 차량이 앞으로 빠른 속도로 달렸다고 진술했다. 강 씨가 핸들을 옆으로 꺾어 차량은 화단 위로 올라갔다. 출근 차량이 많았지만 다행히 부상자는 없었다.

박병일 명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투싼ⅸ 에어백 미작동, 아반떼 누수 등 현대차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현대자동차로부터 업무방해와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까지 당했으나 모든 혐의를 입증하면서 현대자동차의 치부를 낱낱이 드러냈다.

국과수는 "차량 파손이 심해 시동을 걸 수 없는 등 감정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자 한 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은 국과수의 감정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사고차량을 박병일 명장에게 보여줬다.

국과수가 차량 파손이 심해 감정이 불가능하다고 했으나 박병일 명장은 간단하게 시동을 걸었다. 끊어진 배선을 다시 연결하고 사고로 찌그러진 연료 필터를 교체하니 엔진이 작동한 것이다.

지난해 10월 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되는 기아자동차 차량이 연못에 빠져있다. 경찰은 사고원인을 조사 중이다.

박병일 명장은 "해당 차량의 엔진오일 게이지가 정상 이상으로 올라갔고 엔진오일에서 경유 냄새가 나는 등 고압펌프를 통해 엔진오일에 경유가 섞인 것으로 인한 급발진으로 판단된다"고 판단했다.

뉴스타파는 한국석유관리원 석유기술연구소에 의뢰해 해당 차량에서 채취한 엔진오일의 물성검사를 한 결과 유류혼입이 의심되는 데이터가 나왔다.

뉴스타파는 또 권무현 우석대 화학과 교수에게 이같은 의견을 전달하자 권무현 교수는 "시판 엔진오일과 사고 차량에서 추출된 것은 인화점이 50정도 차이가 났다. 이는 상당히 큰 차이"라며 "해당 엔진오일은 다른 성질의 물질이 혼입돼 변성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추정했다.

박병일 명장은 "일가족 4명이 숨진 사고에 대해 사법기관의 판단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국과수는 차량 검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며 "해당 차량 운전자는 차체 프레임이 추돌하지 않도록 옆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등 차량 외관만 봐도 최선의 노력을 한 것을 알 수 있다. 국과수가 조사한 차량에는 사고 당시 쌓인 먼지가 그대로 있는 등 손을 댄 흔적도 없을 만큼 조사할 의지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8월 2일 낮 12시 26분께 부산 남구 감만동의 한 주유소 앞 도로에서 싼타페 차량(운전자 한모 씨·64)이 도로변에 주차된 트레일러를 추돌, 산파테 차량에 탑승한 A씨의 아내(60)와 딸(34), 3세 남아, 생후 3개월된 남아 등 4명이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진=남부경찰서 제공

그러면서 "이같이 비참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현대차와 국과수 모두 진정성 있는 사고조사와 대응을 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국과수는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아무 것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놨고 현대차도 국과수를 방패삼아 어떠한 해명도 하지 않았다.

한편 최근 10년 간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분석을 의뢰받은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중 태반은 현대차인 것도 심각한 문제다. 기아차까지 합치면 무려 70%에 육박하는 수치다. 국과수가 16일 국회 안전행정위에 제출한 '국과수에 의뢰된 자동차 급발진 사고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6년까지 급발진 의심사고 조사건수는 총 154건으로 이중 현대차는 73건(47.4%)이었다. 그 뒤로 기아차가 30건(19.5%), 쌍용차 14건(9.0%), 르노삼성 9건(5.8%) 순이었으며 수입차 중에는 BMW(3건), 혼다(2건), 폭스바겐과 크라이슬러가 각각 1건씩이었다.

하지만 국과수가 10년 간 의뢰받은 154건의 급발진 의심사고 중 급발진으로 판명된 사고는 단 1건도 없었다. 국과수는 급발진 의심차량의 사고 직전 3~5초 간 브레이크 작동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는 EDR(Event Data Recorder, 자동차 사고기록장치) 분석을 위해 지난 2015년 5월 8일 'EDR-사고기록분석장치'를 구매했지만 'EDR-사고기록분석장치' 구매 이후에도 급발진 여부를 전혀 판명하지 못했다.

지난 2010년 전북 익산에서 급발진으로 추정된 현대차 승용차가 은행을 돌진해 임산부 등 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진은 승용차가 은행 외벽을 뚫고 들어가있는 모습.

이에 국과수 측은 EDR만으로 급발진 여부를 명확하게 판명할 수 없어 제조사 측에 다른 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법·제도가 마련돼있지 않다는 이유로 제조사가 자료 제출을 거부해 제대로 된 급발진 판명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급발진 조사가 필요할 경우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국과수나 경찰이 요구하는 관련 자료 제출을 강제하거나 자동차의 제작 결함 등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해도 합당한 보상을 하도록 강제하는 내용의 법안은 매번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대 국회에서는 자동차의 주요장치·부품에 중대한 고장이 반복적으로 발생할 경우 제작자 또는 판매자에게 부품의 교환·환불을 강제하는 내용의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이 30여 건 발의됐으나 모두 임기 안에 통과하지 못해 자동 폐기됐다.

자동차 등의 결함이 발생했을 때 소비자의 입증책임을 완화하는 내용의 제조물관리법 개정안도 3건 발의됐으나 소송남발 등으로 인한 기업경쟁력 약화 등의 이유로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20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내용의 자동차관리법·제조물관리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이렇다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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