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독감(AI)과 구제역의 장기화로 방역담당 공무원들의 피로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공무원들은 육체적 피로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는 제한된 인원만으로 방역업무를 실시하고 있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충남의 한 지자체 방역담당 공무원 A(45)씨는 오늘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지난해 말 설치된 24시간 방역대책본부가 지금까지도 운영 중인 탓이다. 90여 일에 달하는 기간동안 비상대기 중인 A씨는 3교대로 대책본부에서 근무한다. 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오후 4시부터 자정,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다.
타 시도로부터 AI나 구제역 발생 소식이 들려오기라도 하면 A씨와 동료들은 더욱 예민해진다. 이들은 발생 지역과 인접한 곳의 기계적 전파를 막기 위해서라도 평소보다 방역에 훨씬 신경을 쓰게 된다. 덕분에 그와 동료들은 모두 '파김치'다.
A씨는 "지난 90일 동안 밤을 새우다 보니 동료들 모두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다"라며 "인력이 부족해 피로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자체의 방역팀장인 B(50)씨도 직원들이 안쓰럽지만 정작 본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매일 오전 8시 30분마다 진행되는 농림부 장관 주재 영상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방역 책임자로서 내부 서류 작업부터 현장까지 모두 총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B씨는 농가로부터 의심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간이키트 검사를 실시한다. 만약 구제역이나 AI라도 발생했다면 현장에서 밤을 새워야만 한다. 현장은 살처분 처리부터 농장주와의 보상문제 논의 등으로 쉴 틈이 없다. 높은 업무강도를 이유로 수의사들이 그만두는 모습을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B씨는 "아마 방역업무를 하는 전국의 모든 공무원들이 똑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현장 인력 문제는 심각하지만 전문 수의직이 아닌 사람이 투입된다면 솔직히 방해꾼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신적 고통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았다. 살아있는 동물에게 주사를 놓아 죽게 만들거나 땅에 묻는 일을 직접 보는 것,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농장주와의 보상문제 갈등 등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는 사무실 안에서도 계속된다. 행정 업무만이라도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방역은 방역팀'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그 누구도 손을 써주지 않아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5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누구도 방역업무를 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다른 방역담당 공무원은 "충남에 철새들이 북상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모두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아마 5월 초까지 이런 상태가 유지될 듯 하다"며 "모든 문제를 방역팀이 주관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만만치 않다. 농림부가 각종 제도를 통해 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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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들은 육체적 피로 뿐 아니라 정신적 고통까지 호소하고 있지만, 각 지자체는 제한된 인원만으로 방역업무를 실시하고 있어 현 상황을 타개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충남의 한 지자체 방역담당 공무원 A(45)씨는 오늘도 집에 들어가지 못한다. 지난해 말 설치된 24시간 방역대책본부가 지금까지도 운영 중인 탓이다. 90여 일에 달하는 기간동안 비상대기 중인 A씨는 3교대로 대책본부에서 근무한다. 시간도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오후 4시부터 자정, 자정부터 오전 8시까지다.
타 시도로부터 AI나 구제역 발생 소식이 들려오기라도 하면 A씨와 동료들은 더욱 예민해진다. 이들은 발생 지역과 인접한 곳의 기계적 전파를 막기 위해서라도 평소보다 방역에 훨씬 신경을 쓰게 된다. 덕분에 그와 동료들은 모두 '파김치'다.
A씨는 "지난 90일 동안 밤을 새우다 보니 동료들 모두 눈에 띄게 체력이 떨어진 모습이다"라며 "인력이 부족해 피로가 정말 심각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지자체의 방역팀장인 B(50)씨도 직원들이 안쓰럽지만 정작 본인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벅차다. 매일 오전 8시 30분마다 진행되는 농림부 장관 주재 영상회의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 방역 책임자로서 내부 서류 작업부터 현장까지 모두 총괄해야 하기 때문이다.
B씨는 농가로부터 의심신고가 들어오면 바로 현장으로 출동해 간이키트 검사를 실시한다. 만약 구제역이나 AI라도 발생했다면 현장에서 밤을 새워야만 한다. 현장은 살처분 처리부터 농장주와의 보상문제 논의 등으로 쉴 틈이 없다. 높은 업무강도를 이유로 수의사들이 그만두는 모습을 볼 때면 한숨부터 나온다.
B씨는 "아마 방역업무를 하는 전국의 모든 공무원들이 똑같은 상황일 것"이라며 "현장 인력 문제는 심각하지만 전문 수의직이 아닌 사람이 투입된다면 솔직히 방해꾼 밖에 안된다"고 말했다.
이들은 무엇보다 정신적 고통이 가장 크다고 입을 모았다. 살아있는 동물에게 주사를 놓아 죽게 만들거나 땅에 묻는 일을 직접 보는 것, 무관심으로 일관하는 농장주와의 보상문제 갈등 등 현장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매우 높은 것이다. 물론 스트레스는 사무실 안에서도 계속된다. 행정 업무만이라도 다른 부서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방역은 방역팀'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그 누구도 손을 써주지 않아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상황이 5월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면 그 누구도 방역업무를 담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다른 방역담당 공무원은 "충남에 철새들이 북상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모두 비상사태에 들어갔다. 아마 5월 초까지 이런 상태가 유지될 듯 하다"며 "모든 문제를 방역팀이 주관하기 때문에 업무량이 만만치 않다. 농림부가 각종 제도를 통해 지원책을 마련해줬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전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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