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 5000년 전 한반도서 자생적 형성”

‘북방서 이주 기원’ 기존 학설 반박 잇따라

우리 민족의 뿌리는 어디일까. 인간은 오랜 시간 민족의 기원을 찾기 위한 퍼즐을 맞춰왔다. 일반적으로 한국민족의 기원에 대해서는 북쪽에서 한반도로 들어왔다는 학설이 지배적이다. 이들 지역에 거주하는 사람과 우리 민족의 생김새, 풍습 등이 비슷하다는 이유에서다. 


러시아 동단 악마의 문 동굴 입구
유니스트 제공
◆“5000년 전 한반도에서 자생적 형성”

최근 출간한 신용하 서울대 명예교수의 ‘한국민족의 기원과 형성’은 기존 학설을 반박한다. 신 교수는 “한민족은 유라시아 대륙의 어느 동토지역에서 ‘빈 공간’으로 전제되어 있던 고(古)한반도로 들어온 민족이 아니다”며 “고한반도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돼 유라시아로 진출한 민족”이라고 주장한다.

신 교수는 약 5만년 전 찾아온 빙하기에 주목한다. 당시 지구가 얼어붙으면서 북위 40도 이북은 인류가 살 수 없는 척박한 땅이 되었고,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남진했다. 이때 북위 40도 이하의 동굴에 들어간 소수만이 살아남았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석회암 동굴이 가장 많은 한반도에는 많은 인구가 밀집하게 됐다.

한반도에 인구가 밀집하자 ‘식량 문제’가 불거졌다. 당시 식량난에 시달리던 한반도의 인류는 빙하기가 끝난 약 1만2000년 전 이주를 시작했다. 신 교수는 중국 랴오허 서쪽 지방에 정착한 민족을 ‘맥족’, 랴오허 동쪽부터 연해주에 터를 잡은 민족을 ‘예족’, 한반도에 남은 민족을 ‘한족’이라고 주장한다.

약 5000년 전에는 한족과 맥족, 예족이 다시 뭉쳐 고조선을 건국하고 한국민족이 탄생했다. 세 부족은 혼인을 통해 사회생활과 경제생활을 공유하는 공동체가 됐다. 신 교수는 이를 가리켜 ‘언어, 지역, 문화를 매개로 결합한 인간 공동체’라고 소개하며 “한국민족의 자생적 형성에는 고한반도에서 생활한 초기 신석기인이라는 뿌리 깊은 배경이 있었다”고 말한다.

신 교수는 한국민족의 발전 과정을 ‘원민족’, ‘전근대민족’, ‘근대민족’이라는 세 단계로 분석한다. 역사를 고대, 중세, 근대로 나누는 것과 같은 논리다. 고조선의 탄생으로 원민족이 형성됐다고 본 그는 신라의 삼국통일로 전근대민족이 일단 완성되고, 고려의 건국으로 완결됐다고 설명한다. 신 교수는 우리 민족의 기원을 새로운 관점에서 접근해 참신하다는 평가를 받지만, 일각에서는 민족주의 사관이라는 비판도 제기한다. 


악마의 문 동굴에서 거주한 고대인의 두개골
유니스트 제공
◆“고대 한반도인과 남방계의 융합”

과학계에서도 새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유니스트(UNIST) 게놈연구소는 최근 국제공동조사단을 구성해 두만강 북부 러시아 동단의 ‘악마의 문 동굴’에서 발견된 7700년 전 동아시아인의 게놈(유전체)을 분석했다. ‘악마의 문 동굴’은 고구려와 동부여, 북옥저가 자리 잡았던 지역이다.

조사단은 ‘악마의 문 동굴’에서 발견된 동굴인과 아시아의 50여 인종의 게놈 변이를 비교해 현대 한국인의 민족기원과 구성을 계산했다. 그 결과 동굴인은 갈색 눈과 삽 모양의 앞니 등 현대 한국인의 특성을 지닌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악마의 문 동굴’에서는 고대인의 뼈와 직물, 작살 등이 발견됐는데, 이는 우리나라 선사시대의 대표 유적인 ‘반구대 암각화’에 고래가 그려진 시기 등을 추정했을 때 유사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박종화 유니스트 게놈연구소장은 “단정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유전적 특성이나 유물 등을 놓고 보면 한반도 고대인과 악마문 동굴 고대인은 같은 유전체를 가졌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굴인을 현대 베트남과 대만에 고립된 원주민의 게놈과 융합하면 한국인의 특성이 더 가깝게 나타났다. 이는 북방계와 남방계 아시아인이 뒤섞이면서 한반도의 조상이 형성됐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 근거다. 박 소장은 “현대 한국인은 북방계와 남방계가 혼합된 흔적을 분명히 갖고 있으면서도 실제 유전적 구성은 남방계 아시아인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이는 주로 유목생활을 하던 북방계보다는 정착해 농업을 하던 남방계의 인구가 더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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