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5일 한국경제신문 정규재 주필(왼쪽)이 운영하는 인터넷 방송 ‘정규재 TV‘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박 대통령이 특정 언론매체와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규재TV 제공/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기각될 경우 ‘검찰과 언론이 국민의 힘으로 (정리)될 것’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30일 전해졌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한 검찰과 관련 의혹들을 제기한 언론에게 ‘보복’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돼 논란이 일고 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주필은 지난 26일, 자신이 운영하는 <정규재 티브이(TV)>에 공개한 ‘박근혜 대통령 인터뷰 뒷이야기’ 동영상 칼럼에서 “박 대통령에게 ‘지금 검찰이나 언론의 과잉되거나 잘못된 것에 있어서 탄핵이 혹시 기각되고 나면 정리를 하시겠느냐’고 묻자, (박 대통령이) ‘어느 신문이 어떻고, 이번에 모든 것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의 힘으로 그렇게 될 거다’ 이렇게 이야기를 했다”고 밝혔다. 정 주필은 지난 25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박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진행한 바 있다.
정 주필은 또 “박 대통령이 ‘이번에 모든 것이 다 드러났고, 누가 어떤 사람인지 다 알게됐다’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탄핵이 기각되면 자신을 수사하고 비판했던 검찰과 언론을 대대적으로 손보겠다고 사실상 협박한 것이다. 정 주필은 또 ‘탄핵 기획설’과 관련해 “박 대통령이 ‘나를 끌어내리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되고 기획관리됐다’는 얘기를 쭉 하셨다”며 “속으로 안 물어봤으면 큰일날 뻔했다, 이런 느낌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의 발언이 공개되자, 야당은 “국민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정말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했다면 검찰 숙청과 언론 탄압을 선언한 것”이라며 “전국을 촛불로 밝히며 자신의 탄핵을 촉구했던 국민들에 대해 보복의 칼날을 갈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점에서 경악스럽다”고 지적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도 페이스북에 “헌재와 특검을 대하는 박근혜 최순실 변호인들 태도가 심상치 않다”며 “역사의 도도한 물결을 역행하려는 세력을 헌재, 특검, 국민이 분쇄해야 한다”고 적었다.
최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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