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위안부' 박유하 교수 1심서 무죄

일본군 위안부를 ‘자발적 매춘부’ 로 빗댄 책 ‘제국의 위안부’을 펴내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세종대 박유하(60) 교수에게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동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이상윤)는 25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 교수에게 “학문의 자유는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고, 박 교수가 주장하는 내용이 기존 위안부의 사회 평가에 심각하게 부정적인 내용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검찰은 2013년 8월 출간한 '제국의 위안부' 초판에 객관적 자료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박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고,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책 내용 중 일본군 위안부가 ‘매춘의 틀 안에 있는 여성이거나 자발적인 매춘부’, ‘일본국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일본인 병사를 정신적·신체적으로 위안해 준 동지적 관계에 있었다’는 내용이 객관적 자료에 반하는 허위 사실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책에 일부 명예훼손적인 표현이 있지만 이는 고소인들이 아닌 나머지 위안부를 가리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스스로 위안부 피해자라고 밝히고 적극적으로 앞장선 고소인들에 대한 직접적 명예훼손으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교수가 책에서 개진한 견해가 위안부 강제동원 부정론자들에게 악용될 부작용도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치판단을 따지는 문제이므로 형사 절차에서 법원이 수행할 수 있는 권한이나 능력에서 벗어난다”고 밝혔다.

이어 “공적인 사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더 넓게 인정돼야 하고 명예훼손에 대해 엄격히 심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례 기준에 비춰볼 때 명예훼손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학문적 표현의 자유는 틀린 의견도 보호해야 한다. 옳은 의견만 보호한다면 의견의 경쟁은 존재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박 교수의 견해에 대한 판단은 학문의 장이나 사회의 장에서 전문가와 시민들이 교환하고 상호 검증하면서 논박하는 과정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형사재판과는 별도로 이옥선(89)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9명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선 법원이 위안부 할머니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4부는 지난해 1월 이 할머니 등이 박 교수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허위 사실을 적시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인격권 등을 침해했다”며 1인당 1000만원씩 모두 9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일본 정부와 일본군이 위안부를 모집하고 운영하는 데 직·간접으로 개입한 사실은 유엔의 각종 보고서, 고노 담화, 국내외 학술 연구 결과 등에서 인정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볼 때 박씨가 책에서 기술한 내용 중 32군데가 허위사실에 해당하거나 극히 일부에 불과한 사실을 일반화하고 단정함으로써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고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