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축사 노예' 피해자, 지적장애 딛고 올해 초등학교 입학

‘축사 노예’ 사건의 피해자인 ‘만득이’ 고모(48)씨가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고씨는 19년간 청주시 오창읍 한 축사 창고에서 생활하며 소 여물을 주고 분뇨를 치우는 등 무임금 강제 노역에 시달리다 지난해 7월 1일 경찰에 발견됐다.

21일 청주시장애인가족지원센터 등에 따르면 가족과 재회해 생활하고 있는 고씨가 오는 3월 청주시 모 초등학교 입학 허가를 받았다.

고씨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더라도 일반 학급에서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지적장애 2급인 고씨는 초등학교에서 한글과 숫자 개념을 익히는 등 특수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지적 장애가 있었던 고씨는 유년 시절 정식 교육이나 특수 교육을 전혀 받지 못했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는 “고씨가 낯을 많이 가리고 있고, 오랜 적응 기간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특수교육 교사가 주 2회 센터를 방문해 수업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센터 관계자는 고씨가 한글을 배우고 싶어하는 등 의욕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고씨는 1997년 천안의 양돈 농가에서 일하던 중 행방불명됐다가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 오창읍 축산 농가로 가게 됐다. 지적 능력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인 고씨는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 채 한우와 젖소 40 여 마리에게 먹이를 주고 분뇨를 치우는 노동을 했다. 2013년부터 작년까지는 매년 평균 100마리 안팎의 소를 키우는 등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결국 지난해 7월 1일밤 축사에서 탈출한 뒤 경찰에 발견돼 가족과 극적으로 다시 만났다. 현재는 고향인 청주에서 가족과 함께 지내고 있으며, 지난해 11월부터 장애인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한편, 청주지방법원은 지난 20일 고씨에게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키고 폭행한 혐의로 농장주 부인 오모(63)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남편 김씨에게는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20시간을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