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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과 생각

정신 나간 일본 우익, 그 뒤에 미국

등록 :2017-01-19 18:48수정 :2017-01-19 1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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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동의 독서무한
중국에서 호텔 체인을 운영하는 일본 극우 부동산기업 업주가 난징 대학살을 부정하는 책들을 객실에 비치해놨다가 중국인들의 항의를 받자 ‘견해 차이’를 허용치 않는다고 되레 비난하며 자국의 언론자유 보장을 자랑했다는데.

글쎄다. ‘국경없는 기자단’이 발표한 ‘2014년 세계 보도의 자유’ 국가별 순위를 보면, 일본의 언론자유는 이명박·박근혜 정권 등장 뒤 순위가 뚝 떨어진 한국(57위, 2006년엔 31위)보다 더 형편없는 59위(2006년엔 51위)였다. 그 호텔 체인 주인 모토야 도시오가 하필 그런 일본의 언론자유를 자랑스러워하며 중국을 깔봤다니 가관이다. 더 가소로운 건, <환구시보>에 따르면, <자랑스러운 조국 일본> <일본부활에의 제언> 따위 정말 형편없는 일본극우 선전도서들을 객실에서 치울 수 없는 이유가 언론자유 외에, 나라마다 역사 인식과 역사 교육이 다르다는 것과 ‘사실에 기초한 진정한 역사’를 전하려는 것이라 주장했다는 것이다.

모토야 도시오, 그가 누군가? 2008년, 당시 일본 항공자위대 항공막료장(공군참모총장)이었던 다모가미 도시오가 갑자기 경질됐다. 이유는 그가 호텔 운영, 맨션 건설·분양으로 떼돈을 번 아파(APA) 그룹이 내건 ‘진정한 근현대사관’ 현상공모전에서 최우수상(상금 300만엔)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실은, 그것을 자축하며 천지사방에 떠들어대다 일본 안팎에서 눈총을 받은 게 더 문제였다. 그 최우수작이라는 게 정말 가관이었다. 요약하면 이런 내용. 군국일본이 침략국가라는 건 누명이고 모함이다, 일본이 서방 제국주의 열강과 싸워준 덕에 2차대전 이후 한국 등 아시아·아프리카 나라들 독립 길이 열린 게 아니냐, 일본의 중국 공격은 중국에 주둔 중이던 일본군을 장제스 군대가 테러 등으로 끊임없이 괴롭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격한 것인데 그게 어찌 침략이냐 운운. (기자 블로그 http://blog.hani.co.kr/sdhan/13849 참조)

이 후안무치한 주장에 최우수상을 준 그 아파그룹 대표이사가 바로 문제의 호텔 체인 주인인 모토야 도시오다. 2008년, 다모가미의 옷을 벗기고 서둘러 불을 끈 게 당시 총리 아소 다로였다. 지금 아소는 아베 신조 정권 부총리로 제2인자다. 실은 다모가미 세계관·국가관의 후원자가 바로 아소고 그의 정치·사상적 동지가 아베 총리다. 모토야 사장은 아소와 함께 아베의 후원회 ‘아신카이(安晋會)’의 유력멤버다.

중국 쪽 항의가 이어지자 아파 호텔 쪽은 “입장이 다른 사람의 비판을 받았다고 해서 객실 책을 치울 수 없으며, 일본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일방적인 압박으로 자기 주장을 거둬들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중국침략 과정에서 2천만 명 이상을 무참하게 학살한 군국일본의 범죄행위 부인, 축소·은폐를 ‘입장차이’라는 말로 얼버무리다니. 게다가 ‘사실에 기초한 진정한 역사’를 감히 입에 올리다니, 제정신인가. 독일에서라면 아우슈비츠 학살에 대한 저런 식의 주장을 입장차이라며 용납할까. 부산 소녀상조차 철거하라고 위세를 부리는 자들이 ‘입장 차이’를 입에 담다니. 부산 소녀상 문제로 대사를 소환하고 통화스와프 협상까지 중단한 일본정부의 “끔찍한 전략적 판단 실수”를 나무랐다는 일본계 미국인 오바 민타로 전 미 국무부 한일담당관이 미국 정부에게 그런 일본을 자제시키라고 주문했다는데, 이 또한 글쎄올시다다. 일본과 일본 극우를 저 지경으로 만들고, 그런 그들과 한국 보수우익을 한통속이 되게 만든 장본인이 바로 미일동맹에 집착해온 미국 그 자신 아닌가.

한승동 선임기자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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