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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주범 박근혜’, 퇴진·탄핵 불가피하다

등록 :2016-11-20 20:14수정 :2016-11-20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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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씨 등과 공모한 공동정범, 주범이었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20일 중간수사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이 최씨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실 비서관 등의 ‘거의 모든 혐의’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나 피의자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아직 이들의 혐의를 다 조사한 것도 아니고 다른 관련자 수사가 남아 있는데도 이 정도라면 대통령의 범죄 혐의는 더 크고 많을 것이다.

조폭과 다를 바 없는 대통령의 ‘돈뜯기’

박 대통령의 혐의는 알려진 것 이상으로 중하고 심각하다. 대통령은 최씨 등의 이권 챙기기를 위해 적극적으로 ‘영업’에 나섰다. 최씨 소유의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즈나 최씨의 지인 회사인 케이디코퍼레이션은 대통령의 국정운영 등 이른바 ‘좋은 뜻’과는 아무 상관 없는 사기업이다. 박 대통령은 현대자동차 등 재벌의 총수를 만난 자리에서 이들 기업을 직접 소개하고 ‘협조’를 요청했다. 두 회사는 현대차에서 각각 11억원어치의 납품, 62억원어치의 광고를 따냈다. 박 대통령은 최씨가 정한 인물들을 직접 거명해 케이티에 채용하도록 했고, 최씨의 회사를 케이티의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라고 지시해 68억원어치 광고도 따내게 했다. 최씨의 이권 챙기기를 묵인한 것을 넘어, 직권을 휘둘러 기업을 압박해 이익을 챙겨줬다. 조직폭력배의 갈취와 다를 바 없다.

검찰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검찰 특별수사본부 본부장인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20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미르·케이스포츠 재단도 최씨의 구상대로, 최씨를 위해 대통령이 손을 빌려준 ‘삥뜯기’의 결과였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설립을 계획해 추진하던 즈음에 이미 최씨에게 재단 장악을 주문했다고 보고 있다. 최씨는 재단 설립을 서두르라는 뜻을 정 전 비서관을 통해 박 대통령에게 전하기도 했다. 최씨의 구상과 인사안대로 재단은 일사천리로 세워졌고, 기업들은 정해진 할당액을 그대로 냈다. 케이스포츠재단도 최씨가 계획하고 대통령이 지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또 최씨가 이권을 챙길 수 있는 사업을 계획해 대통령에게 전달하면, 대통령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만나 체육시설 건립 명목의 75억원 출연을 약속받고, 실무를 안 전 수석에게 맡겨 결국 70억원을 받아냈다. 법적으론 직권남용과 강요죄라지만, 세상이 이해하기로는 조직적인 공갈과 갈취다. 청와대 주장대로 “국정 수행의 일환”이라거나 “정상적 업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은 거짓말도 했다. 지난달 25일 박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최씨에게 넘겨진 문건은 “일부 연설물이나 홍보물”일 뿐이고, 그것도 “청와대 보좌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최씨에게 건네진 청와대 문건 가운데 공무상비밀누설 혐의에 해당하는 문건만도 47건이다. 건네진 시기도 취임 초가 아니라 올해 4월까지 이어졌다.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이메일이나 인편으로 전달됐다니, 대통령이 최근까지 국정의 비밀을 최씨에게 넘기고서도 뻔히 거짓말을 한 것이다.

드러난 결과는 충격적이지만 검찰 수사는 아직도 미진해 보인다. 검찰은 출연금이나 이권을 제공한 기업들이 피해자라고 판단했다. 대통령과 경제수석 등의 직권남용과 강요에 두려움을 느껴 아무런 의무 없는 일을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갈죄나 제3자뇌물죄 등이 아닌 강요죄를 적용한 것은 매우 어색하다. 일부러 기업 쪽을 봐주려 한 게 아닌지 의심된다. 지금까지 검찰이 확보했다는 증거나 수사 결과를 보면 뇌물죄 적용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경영권 승계구조를 위한 합병 등에서 정부 쪽의 ‘협조’가 절실했던 삼성, 세무조사 무마가 필요했던 부영,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던 롯데, 총수 일가의 사면과 가석방이 필요했던 씨제이와 에스케이 등 출연금의 대가로 ‘부정한 청탁’이 오갔을 만한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 앞으로 보강수사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대충 얼버무려 ‘면죄부’를 주는 일은 결코 있어서 안 된다.

재벌, ‘뇌물제공자’는 아닌가

범죄의 혐의가 분명해진 박 대통령을 그냥 둘 순 없다. 아직 뇌물죄까지는 아니라지만 직권남용만으로도 중대한 직무상 범죄다. 수동적이거나 비계획적이지도 않고 여러 범죄를 공모·지시·주도하는 등 적극적으로 관여했으니 헌법재판소가 정한 ‘중대한 법 위반’ 등의 탄핵 사유에 해당한다. 파렴치한 범죄에 가담함으로써 국민의 신임을 배신하고 국정을 담당할 자격을 상실했다는 점에서도 대통령 퇴진과 탄핵은 불가피하다.

검찰은 박 대통령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 청와대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증거인멸을 막는 일도 시급하다. 검찰 조사를 거부하는 대통령을 진상규명의 장으로 불러내도록 특검도 서둘러야 한다.

국회도 이제는 대통령 탄핵을 더 미룰 수 없게 됐다. 국회 등이 뜻을 모아 박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과도기의 국정 공백을 최소화할 과도내각 구성 방안 등을 논의하자는 야권 대선주자들의 요청은 그런 점에서 적절하다. 야 3당은 물론 새누리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대통령의 일탈에서 비롯된 이 위기를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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