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탄핵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고민이 크다. 2004년 헌법재판소의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와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는 분석 때문이다. 탄핵심판 절차를 밟는 동안 ‘함정’이 있다는 판단이다.
국회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할 경우 탄핵법정의 ‘검사’ 역할은 탄핵소추위원이 맡는다. 탄핵소추위원은 헌법재판소법에 따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이 맡는다. 소추위원은 탄핵심판이 열리면 피청구인(대통령)을 신문할 수도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 국회의 탄핵소추위원인 국회 법사위원장은 한나라당 소속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이었다. 그의 상대인 노 전 대통령의 변호인단 간사는 당시 문재인 변호사였다.
당시 야권은 ▶선거법 위반 등 국법 문란 ▶측근 비리 등 부정부패 ▶경제와 국정 파탄이라는 세 가지 이유를 들어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김 전 의원은 이에 더해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재신임 여부를 국회의원 총선거와 연계하겠다고 한 발언도 탄핵사유에 추가하는가 하면 탄핵 심판 도중 직접 나서 “자숙해야 할 피청구인(대통령)이 열린우리당 사람들을 청와대로 불러 선거에 대해 언급한 것은 헌법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공격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측근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의 뇌물수수 사실이 드러나자 재신임을 받겠다고 선언했고, 국민이 재신임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총선 결과와 연계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의 적극 공세에도 그해 5월 14일 헌재는 탄핵안 ‘기각’을 결정했다. 노 전 대통령이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한 것은 인정했지만 대통령직에서 파면될 만큼 중대한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 다.
만약 20대 국회에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경우 탄핵소추위원이 될 현 법사위원장은 새누리당 비박(非朴)계 권성동 의원이다. 권 의원은 지난 17일 특검법의 법사위 통과를 막아섰다. 이 때문에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권 의원이 비박계라고 해도 대통령을 상대로 얼마나 강하게 탄핵을 주장할 수 있겠느냐”고 의심했다.
대통령 탄핵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소장 포함) 가운데 6명 이상이 찬성해야 가능하다. 현 재판관 9명은 모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임기를 시작했다. 9명 중 박한철 헌재 소장과 안창호 재판관은 공안검사 출신이고, 서기석·조용호 재판관은 박 대통령이 추천했다. 이진성·김창종 재판관은 양승태 대법원장이 지명했다. 박한철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 등 2명은 내년 초(1~3월) 임기를 마친다. 만약 박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지 않으면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탄핵이 현실화된다. 2명만 반대해도 탄핵안은 기각이라는 의미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