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만 외국인 레스토랑서 국제망신… 공금횡령 사건 이어 기강해이 심각
부대장을 지낸 해군 준장이 공금 횡령 혐의로 구속 기소되는 등 전 부대장과 부대원들이 줄줄이 사법처리되며 홍역을 치른 소말리아 아덴 만 파병부대 청해부대에서 이번엔 하사와 중위가 음주에 엄격한 이슬람 국가에서 술을 마시고 서로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사건은 15일 오후 10시경(현지 시간) 중동 오만 살랄라 항 내에 있는 한 레스토랑에서 일어났다. 이날 청해부대원을 태운 문무대왕함은 임무를 마친 뒤 살랄라 항에 기항했다.
해병대 A 중위(대위 진급 예정자)와 해군 특수전전단(UDT/SEAL) B 하사는 외출에 나선 뒤 이 레스토랑에서 각자의 일행과 함께 술을 마셨다. 그러던 중 A 중위의 일행인 해병대 C 하사와 B 하사 사이에 시비가 붙었고, 말다툼이 격해지자 A 중위는 B 하사의 태도가 불손하다며 뺨을 때렸다. 이에 B 하사도 격분해 A 중위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하는 등 ‘하극상 폭행’까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해부대와 함께 파병을 간 헌병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해병대와 UDT 간에 신경전을 벌인 끝에 몸싸움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초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도착한 뒤 파병 임무를 수행 중인 청해부대 22진은 해군 및 해군 특수전전단 부대원, 해병대 장병 등 300여 명으로 편성돼 있다.
이들이 음주에 엄격한 이슬람 국가에서 술을 마시다 싸운 것도 문제지만 특히 미국, 중국, 프랑스 등 중동 지역에서 작전 중인 세계 각국 해군이 찾는 외국인 전용 레스토랑에서 몸싸움을 벌여 한국군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외국 군인들 앞에서 하극상 폭행까지 저지르는 등 기강 해이를 고스란히 보여준 셈이다.
군 관계자는 “합동참모본부에 이번 사건이 보고됐지만 내년 2월까지 현지에서 작전을 해야 하는 데다 중대한 범죄가 아니어서 이들을 국내로 복귀시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