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깃든

늦었으니 어서 자. 꿈에서는 자유로워지자. 적어도 그곳에서는 나의 이야기를.

부족한 것들끼리나마 서로 위로해야지. 아니, 서로 가진 것마저 빼앗겠다고 싸웠던가? (투구 아래로 키득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너조차 되지 못한 너 자신에게서 위로를 찾는구나.

부를, 명예를, 직위를 얻었어? 여행을 시작하며 꿈꾸던 것들을 손에 넣었어? 자유조차 얻지 못하고 이름에 묶였지.

세상도 구한 영웅이 찾아드는 곳은 고작 모두에게 외면당하는 거리고,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얼굴도 모르는 시신에 불과해.

환영에 불과한 것이 뭐가 좋다고.

당신은 자주 이 거리로 돌아오는군요. 심부름입니까? 아니면 제가 여기 있어서입니까.

... 물론 농담이야.

길이랑 바꿔먹었습니다. 그걸로 투구를 샀지요.

양심?

... 내가 나를 좀 차지하려 들 수도 있지. 정말이지 너란 사람은.

애초부터 제 말을 들어주지 않은 당신이 나빴던 거니까요.

... 비열한 기습도 안 됩니다. 어허.

예? 물론 저는 예외입니다.

당신에게는 그럴 능력이 있습니다. 그럴 자격도 있지요. 그것이 생판 남이건 함께 싸우던 동료건 한 번 당신에게 이를 드러낸 자에게 자비를 베풀지 마십시오.

그러니 당신의 길을 방해하는 놈들이 있다면 죽여버리세요.

당신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소중하고 중요한 사람입니다.

네 것이지만 내 것이지. 몸 챙기고, 감기 조심하고 저녁 잊지 마.

식사하라고 할 줄 알았어?

저녁입니다.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