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핵폭탄 '셀프 대처법'

한쪽은 부국강병이었고 다른 한쪽은 강병부국이었다. 박정희 대통령은 나라가 부강해지면 병(兵)은 덩달아 단단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일성은 강병이 먼저고 다음이 부국이라고 했다.

우리가 이긴 듯했다. 쌀이 총알을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총구에서 쌀이 나오는 것은 물리학적으로 불가능하다. 의제 설정부터 북한은 길을 잘못 들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보면 그게 아닌 것 같다. 총구에서 나오는 쌀이 꼭 그 총구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라는 걸 간과했다. 그렇게 북한은 강병핵국이 되었다. 몇 년마다 교체되는 남한 정부를 상대로 그들은 때로는 친한 척, 가끔은 세게 나오면서 야금야금 제작비를 수금했다. 그 세월이 20년을 넘어갔고 결국 우리는 쌀을 들고 총구 앞에 서게 됐다. 이춘근 박사는 핵폭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아주 깔끔한 방법을 알려주셨다. 대들다 죽거나 미리 항복하거나. 하하하.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북핵에 대해 우리는 두 가지를 모른다. 일단 당장 뭘 해야 할지 모른다. 핵을 개발할지 동맹에게 깔아달라고 할지 의견은 갈리고 충돌한다. 돌아가는 꼴을 보면 아마 이도저도 아닌 상태에서 이춘근 박사의 답 중 하나를 고르게 될 것 같다.

다른 하나는 막상 폭탄이 저들 손을 떠나 대한민국 하늘로 날아올 때 요령이다. 장담컨대 우리 국민의 99.9%는 한 번도 생각해 보신 적이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요즘 말로 '꿀팁'을 몇 개 준비했다. '미래 한국'의 백요셉 기자가 북한에 있을 때 배웠다며 알려준 건데 소생만 알기 죄송해서 털어놓는다(백 기자는 탈북자다).

일단 반듯하게 누워서 하늘을 보란다. 폭탄이 길쭉하게 보이면 날아가는 중이니 안심해도 된다. 떨어지는 폭탄이 동그랗게 보이면 내 몫이다. 영화를 보면 폭격을 당할 때 땅에 엎드리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건 영화에서나 그렇고 매우 위험하다. 터지면서 충격이 폭풍과 진동으로 오기 때문에 가까운 데서 터졌을 때 배를 땅에 대고 엎드리면 내장 파열이다. 엎드리더라도 가능하면 딱딱한 아스팔트 대신에 부드러운 잔디나 뭐든 유사한 것에. 나일론 옷도 피해야 한다. 불이 붙으면 순면은 부서져 내리지만 나일론은 몸을 감싸고 타면서 전신 화상으로 당신을 안내한다. 마지막이 상공에서 핵이 터질 경우다. 내세를 기약하는 게 맞지만 그래도 최소한 자기 몸에 대한 예의는 지켜야 한다. 열 손가락으로 눈과 코와 귓구멍을 막고 배는 공중에 띄운 채 몸을 두 팔과 발끝으로 지탱하여 팔굽혀펴기 자세! 뭐 대충 이 정도다.

지난달 국감 거부로 국회가 엉망이 되었을 때(그게 정상인지도 모르지만) 국방위원장 김영우 의원이 국감을 예정대로 진행하겠다며 나섰다. 같은 당 의원들이 당론이니 뭐니 악을 써댈 때 김 위원장은 국방위원회는 전쟁이 나도 열려야 한다는 게 소신이라며 1분 1초도 국방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맞받아쳤다. 모르는 게 앞의 두 가지라면 우리에게 없는 게 바로 이런 자세다. 튀려고 그랬다고? 상관없다. 튀더라도 모쪼록 그렇게 애국적으로 튀도록 노력들 하시라. 그날 내 눈에 대한민국 국회의원은 김영우 하나뿐이었다. 한 줄 덧붙이고 싶다. 전쟁 나면 국감 안 열려도 된다. 슬기롭게 대처했거나 아니면 이미 두 방법 중 하나를 골랐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