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06.30 13:19 | 수정 : 2015.06.30 19:28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는 홍순재(38)씨는 최근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3.8 사륜구동 풀옵션 모델을 세금 포함 5만2654달러에 구매했다. 구매 당일 환율인 1달러당 1110원으로 환산하면 우리 돈 5845만원이다. 홍 씨는 “현대자동차 홈페이지에서 확인했던 것보다 4000달러 정도 싸게 샀다”며 “예상보다 가격이 낮아서 무척 만족했다”고 흡족해 했다.
현대자동차의 주력 프리미엄 모델인 제네시스가 현대측 발표 가격보다 미국에서 3500달러(400만원) 가량 싸게 판매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차는 작년 4월 신형 제네시스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3.8 후륜구동 3만8000달러, 3.8 사륜구동 4만500달러, 5.0 후륜구동 5만1500달러로 책정했다. 옵션이 배제된 기본 가격이다. 그러나 30일 미국 현지 딜러에게 문의한 결과 3.8 후륜구동 모델 가격은 3만4700달러, 3.8사륜구동 3만7000달러, 5.0 후륜구동 4만7000달러에 살 수 있다는 답을 들었다. 모델 별로 3500달러 가량씩 내려간 가격이다.
이 가격은 미국인들이 차를 살 때 가장 많이 들러보는 가격 비교 사이트인 켈리 블루 북(kelly blue book)에 나온 가격과도 일치했다. 켈리 블루 북을 보면 30일 현재 제네시스 5.0 후륜구동의 기본 가격은 4만7020달러다. 미국 딜러가 제시한 4만7000달러와 거의 일치하는 가격이다. 미국 내 가격이 내려간 것에 비해 국내 판매 가격은 내려가지 않았다.
제네시스의 미국 판매 가격이 현대측 발표보다 3500달러 가량 내려간 것은 당초 현대차가 목표로 했던 고객군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미국 홈페이지를 보면 현대차는 벤츠E350, 인피니티 Q70, 렉서스 GS350 등을 제네시스의 비교 대상으로 올려놓고 있다. 그러나 켈리 블루 북은 제네시스를 이들 차량보다 1~2단계 아래인 벤츠 C클래스, 인피니티 Q50, 렉서스 ES, BMW3시리즈 등과 같은 카테고리로 묶고 있다. 제네시스가 포함된 켈리 블루 북의 24개의 비교 차종 리스트에서 제네시스는 엔진 마력에서 2위로 나타났지만 연료 효율성은 19위, 5년 유지비용은 17위로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현대차 의도대로 제네시스가 벤츠E클래스 등과 비교 대상에 올랐다면 가장 효율적인 차가 됐겠지만, 그 아래에 있는 보다 작거나 다소 싼 가격의 차들과 비교 대상이 되면서 비효율적인 차로 전락한 것이다. 이에 따라 가격을 원래 발표보다 낮게 책정한 것이란 분석이다. 그래야 다양한 차를 비교하고 구매하는 미국인들을 공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올해 들어 엔저 등 영향을 받아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현대차의 5월 국내 판매는 8.2%, 해외 판매는 6.1% 감소했다. 앞으로도 해외 판매 가격의 하향 추세는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