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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안' 놓고 유시민-박명재 장관 말다툼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右)이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맨 왼쪽 등을 돌린 사람)과 공무원연금 개혁안과 관련해 언쟁을 벌이고 있다. 함께 있던 권오규 경제부총리(왼쪽에서 둘째)가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오전 9시30분 청와대 본관 국무회의 장소인 세종실 앞. 권오규 경제부총리, 김우식 과기부총리, 윤증현 금융감독위원회 위원장, 송민순 외교통상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차를 마시며 대통령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갑자기 한쪽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박명재 행정자치부 장관과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박 장관이 작정한 듯 먼저 유 장관에게 불쾌감을 표시했다. 공무원연금 개혁 문제였다. 회의 참석자들이 전한 상황은 이렇다.

▶박 장관="지금 나와 있는 공무원연금 개혁안은 정부의 확정안도 아니고 시안에 불과합니다. 정부가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 개혁안을 만드는 과정인데 '개혁안이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신중하지 못한 처삽니다."

▶유 장관="(잠시 머뭇거린 후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개혁 법안을 동시에 처리하기로 부처 간에 약속을 했던 것 아닙니까?"

▶박 장관="(목소리가 높아짐) 공식적인 회의도 아니고 언론을 통해 자꾸 비판하면 정부 부처 간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칠 수 있습니다. 할 말이 있으면 정확히 알고나 하세요."

▶유 장관="알겠습니다만,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급한 것 아닙니까. 행자부에 개혁의 신뢰성이 보이지 않아서 하는 얘기입니다."(가지런했던 앞 머리카락이 흘러내림)

▶박 장관="두고 보세요. 신뢰성을 보여주겠습니다."

두 사람의 설전이 계속되는 사이 옆에 서 있던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날 설전은 29일 언론재단 주최로 열린 국민연금 관련 정책포럼에서 유 장관이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국민 100명 중 한 명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 것이 발단이었다. 유 장관은 "공무원들이 반발한다고 고치지 못하면 대한민국 전체가 현재 있는 자리에 그대로 서 있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왜 싸우나=박 장관과 유 장관의 충돌은 이날이 처음은 아니다. 연초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과천청사에서 고위 공무원들과 오찬을 했을 때도 한 차례 박 장관의 항의가 있었다고 한다. 당시 장면을 목격했던 한 참석자는 "박 장관이 연일 공무원연금 관련 불만을 쏟아내는 유 장관을 향해 '누가 안 하겠다고 했나, 알아서 잘하는데 옆에서 너무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할 의지가 있는데도 주무부처 장관도 아닌 유 장관이 자꾸 비판을 하는 데 대한 불만의 표시"라고 설명했다.

복지부의 입장은 다르다. 복지부는 공무원연금 개혁이 지지부진하면서 자칫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 개혁 법안까지 발목이 잡힐까 걱정하고 있다. 전임 이용섭 행자부 장관 시절 복지부와 행자부가 동시 처리를 약속했었는데 박 장관이 취임하면서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는 불만도 있다.

박 장관은 지난해 말 "현 정부 안에서 개혁을 끝낼 것인지 좀 더 논의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만들었던 제도발전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박 장관이 취임하면서 개혁안을 만드는 속도가 확 떨어졌고, 개혁의 강도도 약화됐다"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하고 싶은 얘기는 많지만 부처 간 갈등이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에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1975년 행정고시(16회)에 합격해 공무원을 시작한 후 청와대 행정비서관과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등을 두루 거친 정통 관료이다.

최현철·김영훈 기자


◆공무원연금 개혁안=정부가 10일 발표한 안은 '조금 더 내지만 그대로 받는' 개혁이다. 연금액은 줄어들지만 현재 민간 기업의 35% 수준인 퇴직금을 민간 기업 수준으로 높인 것으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국민연금 개혁안보다 개혁 강도가 약해졌다. 공무원연금은 1993년부터 적자를 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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