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관리에 들어간 한진해운의 선박에 대한 전 세계 항구에서의 입·출항 거부 등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물류대란과 운임인상 등의 후폭풍이 가시화하고 있다. 중국 선사부터 당장 이번달부터 한진해운이 주도권을 쥐고 있던 아시아∼미주 노선에 대한 운임인상에 나섰다. 국내 미국 수출 대중소 기업이 물류비용 급증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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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의 컨테이너선 ‘몬테비데오호’가 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롱비치항 인근 바다에 떠 있다. 접안할 경우 선박이 압류될 가능성을 우려해 항구로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롱비치=AP연합뉴스 |
2일 한국선주협회와 한진해운에 따르면 이날에만 한진해운 선박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7개국에서 전체 141척 중 45척이 압류 등을 우려해 항구에 입항하지 못하는 등 정상 운항을 못했다. 일부 국가에서는 하역 등을 담당하는 업체가 밀린 대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작업을 거부했다. 특히 이날 한진해운 배들은 통항료(1회 7억8000만원)를 지급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집트의 수에즈 운하 통항도 거부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은 미국 등 주요 국가에 스테이오더(법원 압류중지명령)를 신청함으로써 선박 및 기타 자산에 대한 억류 방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스테이오더는 우리 법원이 전날 기업회생절차 개시명령을 내리면서 가압류 등이 포괄적으로 해제된 것을 외국 법원도 그대로 적용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중국의 거대 선사 COSCO는 한진해운 사태를 운임인상의 기회로 삼을 태세다. 해운전문지 로이드리스트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15일부터 운임인상을 예고했다. 운송수요 급증이 인상의 원인인데, COSCO가 아시아∼미주 항로 운임부터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기준 아시아발 미주행 항로 점유율이 7.4%로 전 세계에서 4위에 올랐다. 이 같은 알짜 노선이 법정관리로 붕괴되면서 COSCO가 반사이익을 취하게 된 것이다. 대신 한진해운에 각각 40%와 20%대의 수송 비중을 두고 있던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우리 주력 수출기업들은 더 비싼 운임을 내고 가전제품 등을 보내야 하는 피해를 보게 됐다. 한진해운의 벌크선 부문과 탱커선 부문 영업도 악화일로다. 한진해운 소속 탱커 7척도 파산 시 현재 공동운항 중인 동맹체에서 나와야 한다. 이런 사태가 지속할 경우 아시아발 글로벌 해상 물류대란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BBC에 따르면 해운업계 성수기인 9월이 시작된 현재 전 세계 곳곳에서 54만개의 컨테이너 박스 처리에 차질이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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