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레라 환자, 같은 균 감염… 용의자는 바닷물

"콜레라 뉴스가 나가고 거짓말처럼 손님이 뚝 끊겼어요."

26일 오후 경남 거제의 한 활어회센터. 최근 거제에서 해산물을 먹고 콜레라 환자가 두 명 나왔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상인들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상인 전모(50)씨는 "어떻게 수산시장에 손님보다 상인이 더 많으냐. 정말 이러다 굶어 죽겠다. 제발 살려 달라"고 했다. 가뜩이나 조선업 불황에 어려워진 이 지역 경기는 콜레라 여파까지 겹치며 더 얼어붙었다.

당분간 이 지역 횟집을 찾는 손님의 발길은 더 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콜레라 환자 두 명이 같은 종류의 콜레라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콜레라균을 퍼뜨린 유력한 '용의자'로 콜레라균에 오염된 해수(海水)가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6일 "두 번째 콜레라 환자인 김모(여·73)씨에게서 나온 콜레라균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첫 번째 남성 환자 정모(59)씨와 같은 유전자형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두 환자가 서로 만나지도, 같은 음식을 먹지도 않은 것으로 파악됐는데도 동일한 콜레라균에 감염됐다는 의미는 바닷물에 존재하던 콜레라균이 해산물을 통해 두 환자 입으로 들어가 탈을 일으켰다는 추정이 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 설명이다.

실제로 첫 환자 정씨는 여행 중에 거제도의 횟집에서 농어회(중국산)·전복회(완도산)·간장게장(파키스탄산)과 서비스로 나온 국내산 멍게 등을 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농어는 중국산이지만 산 채로 들여와 수족관에서 보관했고, 멍게 등은 국내산이기 때문에 인근 바닷물이 오염됐다면 콜레라균이 옮아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환자 김씨는 교회 교인이 거제 앞바다에서 낚시로 잡은 삼치를 날것으로 먹고 콜레라에 걸린 것으로 파악됐다. 만약 최종적으로 바닷물이 콜레라균에 오염된 것으로 파악된다면 추가 환자가 나타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다만 보건 당국은 ①콜레라균에 오염된 바닷물 이외에 ②두 환자 사이 '제3자'가 매개해 세균을 옮겼을 가능성과 ③회를 손질할 때 사용한 지하수 등이 오염됐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역학 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콜레라 환자가 수명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수십·수백 명의 환자가 집단 발생하는 아웃브레이크(Outbreak·질병 창궐) 상태까지 이르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인 이근화 제주대 의대 교수는 "우리는 상하수도 시설이 잘 완비된 상태라 콜레라 환자의 분변이 비위생적 상하수도 시설을 타고 다수에게 감염될 가능성은 적다"고 말했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해수 샘플 조사에서도 아직 콜레라균이 검출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콜레라균이 존재하더라도 광범위하게 퍼진 것은 아니란 의미"라며 "국민이 식사 전, 배변 후 손 씻기를 생활화하고 해산물을 요리할 때 조리 기구를 위생적으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콜레라 예방 수칙만 잘 지킨다면 콜레라가 크게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