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도쿄 올림픽을 앞둔 일본이 리우에서 선전하고 있다.
일본은 18일 오후 11시 현재 금메달 10개, 은 5개, 동 18개를 획득해 미국·영국·중국·독일·러시아에 이어 종합순위 6위를 달리고 있다. 색깔과 관계없이 메달 개수로 따지면 5위에 해당한다. 아직 대회가 끝나지 않았지만 2008년 베이징 대회(금9·은6·동10)와 2012년 런던 대회(금7·은14·동17) 성적을 이미 넘어섰다. 배드민턴과 체조 등에서도 추가 메달이 기대돼 당초 목표인 금메달 14개를 무난하게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종합순위는 한국을 앞설 게 확실하다. 한국은 1988년 서울 대회 이후 2004년 아테네 대회를 제외하곤 늘 일본보다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일본이 올림픽에서 약진하고 있다. 기계체조 2관왕 우치무라 고헤이. [리우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일본의 메달 박스는 투기 종목이다. 유도 전 체급(14개)에 출전한 일본은 금 3, 은 1, 동 8개를 따냈다. 4년 전 금 1개의 부진을 깨끗이 씻어 냈다. 일본의 선전 비결은 ‘변화’에 있다. 일본은 런던 대회 이후 34세의 이노우에 고세이(38)를 감독으로 선임했다.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이노우에는 선배나 형처럼 선수들을 이끌었다. 종주국의 자존심도 포기하고 레슬링이나 브라질리언 주짓수 등 다른 나라 무도까지 배웠다. 파격적인 시도 덕분에 일본 유도는 이번 올림픽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레슬링 여자 자유형 48㎏급 우승자 도사카 에리. [리우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여자 레슬링의 기세는 무서울 정도다. 여자 레슬링은 이번 대회부터 체급 수가 4개에서 6개로 늘어났다. 최강국인 일본은 전 종목 석권을 노리고 있고 이미 절반을 따냈다. 이초 가오리(32)는 18일 58㎏급에서 금메달을 따내 여자 선수 최초로 개인 종목 올림픽 4연패(連覇)를 달성했다. 48㎏급의 도사카 에리와 69㎏의 도쇼 사라도 나란히 금메달을 따냈다. 19일 열리는 53㎏급에서 역시 4연패에 도전하는 요시다 사오리(34)를 포함한 3명의 선수도 모두 금메달 후보다.
일본은 격투기에서만 뛰어난 성적을 거둔 게 아니다. ▶수영(금2·은2·동3) ▶체조(금2·동1) ▶탁구(은1·동2) ▶역도(동1)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동1) 등 12개 종목에서 골고루 메달을 따냈다.
배드민턴 여자복식 결승에 오른 마쓰토모-다카하시 조. [리우 AP=뉴시스, 로이터=뉴스1]
유럽의 메달밭인 카누와 세계적 인기 종목 테니스에서도 동메달 1개씩을 따냈다. 메달이 7개 종목(양궁·펜싱·사격·역도·유도·태권도·배드민턴)에 편중된 한국과는 대조적이다. 금1·동1개를 따낸 체조의 시라이 겐조(20), 탁구 여자 단체전 동메달리스트 이토 미마(16) 등 어린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시다.
일본은 1960~70년대 스포츠 강국이었다. 패전의 아픔을 스포츠로 치유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스포츠를 독려했다. 64년 도쿄 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에 집중 투자했고 종합 3위에 올랐다. 그러나 70~80년대부터는 유럽과 미국처럼 생활체육 중심으로 정책을 바꿨다. 자연스럽게 국제대회 성적도 하락했고, 한국과 중국에 추월을 허용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흐름이 바뀌었다. 2007년 한국의 태릉선수촌을 벤치마킹한 내셔널 트레이닝센터를 구축했고, 지난해 10월에는 아베 신조 총리의 지시에 따라 국가 체육정책을 총괄하는 ‘스포츠청’까지 신설했다. 엘리트 선수 경기력 향상을 위해 74억 엔(약 820억원)이던 관련 예산을 40%나 늘려 103억 엔(약 1140억원)으로 증액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대비해서다. 과감한 투자는 리우 올림픽에서 결실을 맺었다.
영국도 일본과 비슷한 추세다. 영국은 96년 애틀랜타 올림픽에서 금1·은8·동6개로 종합 36위에 머물렀다. 영국 정부는 이듬해 ‘UK스포츠’란 기관을 설립한 뒤 국가 복권사업을 펼쳐 자금을 마련했다. 이 돈은 육상과 수영 등 기초 종목과 사이클·요트·조정 등 잠재력이 큰 전략 종목에 투입됐다. 4년 전 런던 대회에서 3위(금29·은17·동19)에 올랐던 영국은 이번 대회에서도 종합 2위를 다투고 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