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히토 일왕과 미치코 왕비의 모습을 일본 여고생이 찍어 2014년 트위터에 올린 사진. [트위터]
아키히토(明仁ㆍ82) 일왕이 8일 생전퇴위 의향을 밝힌 가운데 그의 방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은 한국과의 인연을 몇 차례 밝혔다. 일왕은 2012년 9월 “언젠가 우리(일왕과 왕비)가 한국을 방문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2001년 12월 생일을 맞아 기자들과 만나 “내 개인으로서는 간무(桓武) 천황의 생모가 백제 무령왕의 자손이라고 속일본기(續日本記)에 쓰여 있는 데 대해 한국과의 연(緣)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무령왕의 아들인 성명왕은 일본에 불교를 전해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한국과의 교류는 이것만이 아니었다”며 “이를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후 3년만인 2004년 일왕의 당숙인 아사카노미야(朝香宮誠彦王)가 충남 공주시의 무령왕릉에서 제사를 지내기도 했다. 그는 당시 “일본으로 돌아가면 무령왕릉을 관찰한 내용을 천왕에게 자세히 보고하겠다”며 “기증하는 향로와 향을 박물관이나 무령왕릉 등에 전시해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키히토 일왕은 1990년 방일한 노태우 당시 대통령한테도 일왕 가문과 한국과의 관계에 대해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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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히토 일왕의 한국에 대한 친근감 표시는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2005년에는 사이판의 한국인 전몰자 위령지인 ‘한국평화기념탑’에 참배했고, 2007년에는 도쿄의 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사망한 고(故)이수현씨를 소재로 한 영화도 관람했다.
한국도 일왕의 방한을 희망해왔지만 실현되지는 않았다. 일왕의 방한은 일본 정부가 결정하기 때문이다. 일왕은 헌법 4조에 따라 정치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 실제 아키히토 일왕은 올해 6월 이임 인사차 예방한 유흥수 전 주일대사가 방한 문제를 얘기하자 정부가 결정할 사안이라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한다. 당시 일왕은 ”한일 관계가 좋다고 듣고 있어서 감사하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안부 전해달라고 했다”고 유 대사는 전했다.
강기헌 기자, 도쿄=오영환 특파원 emck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