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의 노후 훈련기인 ‘T-38C’ 350대를 교체하는 고등훈련기(T-X) 사업이 가격보다 성능을 우선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 정부의 재정 압박에 따라 훈련기 가격이 중시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이 빗나간 것으로, 성능 비중이 커질 경우 항공기 기체를 신규 개발하는 업체들이 다소 유리할 수 있다.
미 항공전문지 ‘플라이트 글로벌’은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미 공군이 지난 26일 관련 업계에 공개한 T-X 사업 제안요청서(RFP) 초안에서 군 요구성능(ROC)보다 월등한 훈련기에 대해 항목별 인센티브를 부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보도했다.
미 공군은 인센티브를 통한 가격 인하 및 성능 강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항공기 주요 성능별 인센티브 금액까지 제시했다.

전투기 조종사가 비행 도중 받는 하중(G)을 견딜 수 있는 한계치를 6.5G에서 7.5G까지 끌어올리면 최대 8800만달러(약 976억원)를 받을 수 있다. 비행기가 양력을 받는 데 영향을 미치는 받음각은 기존에는 20도로 설정돼 있지만, 이를 25도로 높이면 최대 5100만달러(약 566억원)의 혜택이 제공된다. 지상훈련, 공중급유 등에도 일정한 액수의 인센티브가 적용된다. 인센티브를 많이 받는 업체는 자연 미 공군에 제안하는 사업비를 낮추게 돼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미국 수출형 고등훈련기로 록히드마틴과 함께 T-50A로 도전장을 던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비상이 걸렸다.
T-50A는 우리 공군이 장기간 운영하면서 성능이 검증됐고, T-X 사업 입찰 참여기종 중 유일하게 지난 6월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미 공군이 요구하는 대화면시현기(LAD)를 갖춘 조종석과 가상훈련(ET) 기능, 공중급유장치 등이 추가돼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개발된 지 10년이 지났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공군 관계자는 “성능 차별화에 막대한 인센티브가 적용되면서 수십 년 후 공중전 양상을 염두에 둔 새로운 기술을 T-50A 기체에 새롭게 반영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고 말했다.
KAI와 록히드마틴은 이달 중 미국 현지에 T-50A 최종조립라인을 신설한 뒤, 내년 초까지 T-50A의 미국 전개 및 데모비행을 추진하며 분위기를 띄울 계획이다.
경쟁업체인 미국 보잉은 스웨덴 사브와 함께 새로운 기체를 개발 중이다. 연내 시제기 초도비행이 예상된다. 노스롭 그루먼과 BAE 역시 신규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들 컨소시엄은 미 공군이 운용 중인 고등훈련기(T-38C)와 F-5 제작 기술을 기반으로 소형화·경량화한 기체 개발을 추진 중인데 마찬가지로 연내 시제기 초도비행이 점쳐지고 있다. 훈련기를 새로 만드는 보잉과 노스롭 그루먼은 성능에 가산점을 주는 인센티브를 감안, 개발 단계에서부터 미 공군의 입맛에 맞게 최적화한 훈련기를 제안할 것으로 보인다. 레이시온과 에어마키사는 M-346 고등훈련기의 부족성능 및 GBTS(지상훈련장비) 보완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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