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석현수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아트디렉터]
도쿠시마 아와오도리 참가한 유소년 랜(팀) |
축제란 무엇인가? 축제는 기적이 일어나는 곳이며 젊음과 기쁨, 희망이 공존하는 곳, 음악에 몸을 맡기고 춤추고 노래하면서 일탈을 하다 보면 일상의 스트레스가 모두 사라지는 꿈과 환희의 공간이 축제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락 페스티벌이나 불꽃놀이 축제 같은 외국 문화,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이벤트성 축제만 가득 할 뿐이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필자에게는 14년 전, 빨간 티에 붉은악마가 되어 대한민국 여름을 목이 터져라 '대~한민국'을 외쳤던 2002년 월드컵 응원축제의 추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와오도리의 인기
일본에는 30여만 개의 마츠리祭り(축제)가 있다. 그 중 필자가 직접 체험한 아와오도리, 일명 바보춤 축제를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도쿠시마德島 아와오도리阿波踊'가 그것인데, 매년 8월이 되면 일본 열도는 바보춤의 열기로 가득해진다. 도쿠시마 현 최대의 전통 축제인 아와오도리는 4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녔으며, 현재 각 지방의 중요 행사로 정착했음은 물론이고, 외국에서까지 공연 요청이 연중 쇄도하고 있으며,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Rio de Janeiro) 카니발 이상으로 정열적이라는 자체적 평가를 내릴 정도로 이곳 사람들의 자부심은 상당하다.
매년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나흘간 열리는 이 축제에는 전국에서 모여든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로 가득해 도쿠시마 시내는 그야말로 '흥분의 도가니'로 변한다. 이 축제에서 가장 특이할 만한 점이 있다면 바로 '랜連'이다. 랜은 도쿠시마 아와오도리에 참가하는 팀들을 일컫는데, 이 시기가 되면 도쿠시마 현은 물론이고, 전국적으로 무려 1000여 개 이상의 랜이 참가를 신청한다. 아와오도리에 참가 할 수 있는 랜이 20개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랜은 '500: 1'이라는 경쟁률을 뚫어야 축제에 참가할 수 있는 행운을 얻게 되는 셈이다.
한국대표로 도쿠시마 아와오도리에 초청된 김묘선 무용단과 석예빈 (가운데) |
아와오도리의 춤
참가팀을 선발하기 위한 예선은 한 달 전부터 도쿠시마 현에서 개최된다. 예선 시기부터 도쿠시마 현은 축제 분위기로 들끓어 오르기 시작한다. 한 달간의 예선 기간이 지난 후, 선발된 20개의 랜은 도쿠시마 시내의 간선도로를 막고 설치한 무대에서 아와오도리 경연 대회를 펼친다. 일본인 특유의 산뜻한 옷을 입은 참가자들은 단순한 리듬에 맞추어서 손동작을 위주로 한 아와오도리를 추면서 도로를 행진한다. (일본의 춤은 대체로 손을 머리 위로 올리는 경우가 거의 없는 데 이례적으로 도쿠시마 아와오도리가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추는 것은 임진왜란 당시 끌려온 한민족의 춤이 유래 되지 않았을까 하는 추측 도 있다. 현재는 우리나라의 무용가 김묘선 선생 팀이 매년 한국을 대표해 참가하고 있다.)
단체취권무團體醉拳舞
랜(팀)의 선두에 있는 리더는 전체적으로 랜을 조정하는 역할을 주도하고 있으며, 주로 단원들은 유카타를 입은 채로 열정의 춤을 보여 주고 있다. 춤은 때로는 용맹하게, 때로는 해학적諧謔的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많으며 부채나 수건들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공식적인 경연 대회에 참가하는 랜의 남자 단원들 허리춤에는 '효단'이라는 술병이 달려 있다. 장식용이 아니라 실제로 술을 마시기 위해 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와오도리는 취무醉舞가 될 수밖에 없다. 약간의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 무릎을 굽히고 상체를 낮추어 손목을 날렵하게 꺾는 동작을 반복하기 때문에 '단체취권무團體醉拳舞'라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누구나 참여하는 축제
한편, 공식적인 경연 대회 이외에도 시장이나 골목, 냇가 어귀 등 다양한 곳에서 춤을 추는 랜(팀)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은 대부분 예선에서 탈락한 팀 소속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와오도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 준다. 랜(팀)에 속하지 않는 춤꾼들도 이때 등장해 자발적으로 춤을 보여 주고, 다수의 관광객들은 보기도 하고 함께 춤을 추기도 하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여 준다.
도쿠시마 아와오도리가 시작되면, 한적한 시골이었던 도쿠시마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이곳에서 펼쳐지는 춤들은 규칙적이지만 자유로움을 보여준다. 공식적인 경연 대회는 사실상 모든 참가자들이 즐기는 축제의 한마당이고, 이를 구경하는 사람들 역시 이를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온 가족이 무료로 함께 즐기면서 평소에는 느껴볼 수 없었던 감정을 분출하게 된다.
일본 춤 축제에 사용되는 대표악기들. |
아와오도리의 악기들
이날 사용되는 악기들은 특색 있는 6가지 악기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조합을 노리모노라 부른다. 춤을 보여 주는 랜의 뒤에서 등장하는 악기들은 무희들을 돋보이게 하는 역을 하는데 우리의 풍물 농악대가 일본으로 전래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샤미센三味線(비파)<사진①>, 요코후네(피리)<사진②>, 오다이고大太鼓(큰북)<사진③>, 오키와(북), 시메다이고(북) 가네(꽹과리)<사진④>로 이루어지는 음악들은 우리의 3박자와는 달리 2박자로 템포가 상당히 빠르다.
가네(꽹과리)는 지휘자 역할을 수행하며 음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음색이 상대적으로 돋보인다 가네라는 말은 일본에서는 돈을 의미하여 쇠로 두드리면 돈이 들어온다고 하여 가네 연주자는 팀의 리더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주선율을 연주하는 피리는 6개의 음을 사용하며 기본 선율을 미묘하게 연주하여 듣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역할을 한다. 제일 앞줄에서 연주하는 샤미센은 도쿠시마 이외의 지역에서는 아와오도리 춤을 대표하는 선율을 연주하는 악기로 알려져 있지만 본래는 주선율을 보조하는 역할을 한다. 북은 저음으로 관객들에게 아와오도리의 시작을 알려준다.
아와오도리의 성공 요인
도쿠시마 아와오도리의 성공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이 축제는 행정적으로도 체계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국가의 전략적인 지원이 있었고, 이에 따른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회 결성 및 완벽한 홍보가 존재했다. 도쿠시마 현의 각종 랜(팀)들은 서로 자발적으로 만들어졌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의 수준 높은 공연들과,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손쉽게 참여 할수 있도록 한 편이성이 윈윈이 되어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도쿠시마 아와오도리의 성공은 현재 축제의 모델이 부재한 우리에게 큰 해답을 안겨준다.
이제 우리나라도 리우 카니발, 도쿠시마 아와오도리와 같은 세계적인 춤 축제가 있었으면 한다. 우리나라 각 지역과 전 세계 젊은이들이 우리의 한복을 입고 사물놀이가 연주하는 K-POP 커버 댄스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드는 춤 축제를 상상해본다. 이것이 진정한 한류 전파가 아닐까?
* 아와오도리는 도쿠시마에서 유래되어 도쿄東京, 미나미코시가야 등 일본 전역에 걸쳐 전파되었으며 도쿄의 고엔지 아와오도리는 원조 아와오도리보다 규모 면에서 더 크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성장했다.
석현수 중앙대학교 아트센터 아트디렉터
<저작권자 ⓒ ‘리얼타임 연예스포츠 속보,스타의 모든 것’ 스타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