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향은 反日 아닌 평화를 위한 영화"

"반일(反日) 영화가 아니라 한·일 평화를 위한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21일 오후 일본 도쿄의 한 호텔 내 공연장. 영화 '귀향'의 조정래(43) 감독이 무대에 올라 두 손으로 마이크를 쥔 채 말했다. 객석에 있던 사람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 중년 여성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할머니의 실화를 다룬 영화 '귀향'이 일본에서 처음 상영됐다. 사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도 이날 마련된 400여석은 재일교포와 일본 시민으로 전부 찼다. '귀향'은 예산 문제로 제작이 미뤄지다가 7만여 시민의 후원으로 지난 2월 국내에서 개봉했다. 무거운 주제를 다뤘지만 관객 359만명을 모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조 감독은 개봉 직후 일본 상영을 기획했다. 일본 개봉은 제작 과정만큼이나 순탄치 않았다.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귀향을 틀겠다는 극장을 찾기 어려웠다. 그래서 선택한 게 '공동체 상영회'다. 정식 극장이 아니더라도 영상 시청이 가능한 시설을 빌려 영화를 보여주는 것이다. 앞으로 도쿄를 포함해 일본 내 13개 도시를 순회하며 상영회를 열 예정이다.

좌절될 뻔한 일본 내 상영은 재일교포 사회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귀향'에 일본군으로 출연한 재일교포 3세 류신씨 등이 장소를 물색하고 모금에도 앞장섰다. 류씨는 "한 명이라도 더 이 영화를 보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을 알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상영 내내 관객은 조용히 스크린을 응시했다. 결정적 장면마다 많은 이가 눈물을 보였지만 요란하게 흐느끼는 사람은 없었다. 사이타마시에서 온 50대 일본 남성은 "우리 아버지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관심을 가지지 못한 게 부끄러워 속으로 수없이 울었다"며 "잘 몰랐던 또 다른 일본 역사의 한 페이지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주최 측은 예산 부족과 장소 확보 문제로 아직 이후 상영 일정은 정하지 못했다. 이번 첫 상영회 이후 있을지 모를 일본 우익 세력의 반발도 걱정이다. 조 감독은 "정치 문제와 관계없이 많은 분에게 영화가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