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포켓몬 고' 마케팅…'저작권 폭탄' 터지나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하면서 국내 기업들도 포켓몬을 이용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포켓몬 IP(지적 재산권)를 가진 포켓몬코리아와 저작권 협의를 하지 않은 채 포켓몬의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어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포켓몬 고가 속초와 양양, 고성, 울릉도 등 국내 일부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해당 지자체와 일부 자영업자들이 포켓몬을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미시령 터널을 지나 속초로 진입하는 톨게이트에 ‘포켓몬 성지에 온 것을 환영한다’는 플래카드가 붙는가 하면, 속초시청은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포켓몬 고 이용자들을 위한 무료 와이파이 지도를 선보였다. 한국전력공사(KEPCO)도 공식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한전 속초 연수원이 있는 곳에서 강력한 포켓몬인 거북왕이 출몰했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속초 시내 자영업자들도 게임을 즐기러 온 고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포켓몬 출몰 장소’라는 표지를 문 앞에 써 붙이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포켓몬 마케팅’에 가세했다. 각 기업 주력 사업과 포켓몬 고 게임을 연결한 이미지나 영상을 만들어 게재하는 등 고객들의 흥미를 끄는 콘텐츠 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KT는 자사 서비스 브랜드 ‘올레(olleh)’ 페이스북 계정에 ‘속초 마을 안내서’라는 제목으로 KT 와이파이 구역 지도와 포켓몬이 나타나는 주요 장소를 소개했다. G마켓은 페이스북 계정에 속초와 관련된 여행 상품을 소개하고, 농심·배달의 민족·옥션 등도 포켓몬 고 화면을 활용한 게시물을 올리며 포켓몬 고 열풍에 가세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업이 포켓몬 코리아와 지식재산권 사용에 대한 정식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로 광고 게시물을 올려 저작권 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들이 올린 광고 게시물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곤 포켓몬 고 게임 화면을 그대로 가져다 쓰거나, 포켓몬 캐릭터 이미지를 상품 사진에 합성한 것이다. 티몬은 페이스북 계정에 제휴 숙박업소 사진에 포켓몬스터 캐릭터를 그대로 넣은 게시물을 올렸고, 롯데주류는 처음처럼 페이스북 계정에 포켓몬 고 게임 화면을 활용한 이미지를 올렸다.

이처럼 포켓몬 관련 마케팅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것에 대해 포켓몬 코리아 관계자는 “포켓몬 고가 국내에 정식으로 출시되지 않았기 때문에 게임 화면 이미지나 글씨체를 상업 광고에 활용할 수 없다”며 “협의 없이 무단으로 포켓몬 고 이미지를 사용한 기업들에 대해 경고 공문을 보내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포켓몬 고 화면을 활용한 상업 광고 게시물은 현재 모두 불법”이라며 “해당 기업들의 조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본사에서 법적인 대응에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한 마케팅 업체 관계자는 “‘물들어 오니 노 젓는다’며 포켓몬 인기에 편승하려다가 기업들이 가장 기본적인 저작권 개념도 지키지 않았다”며 “노골적으로 포켓몬스터 이미지와 로고 등을 무단으로 사용한 경우가 대부분이라 법적 분쟁이 벌어지면 원만하게 해결이 안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