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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 키우면서 보신탕 먹는다고···아내가 대역죄인 취급"

입력 2016-07-18 02:08 수정 2016-07-18 08:49

개고기 식용 부정적 인식 커져
“아빠는 멍멍이 안 먹지” 광고도 등장
복날 보양식 선호도 6%에 불과
서울 보신탕집 10년 새 40% 폐업
“예전엔 줄섰는데 이젠 자리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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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고기 식용 부정적 인식 커져
“아빠는 멍멍이 안 먹지” 광고도 등장
복날 보양식 선호도 6%에 불과
서울 보신탕집 10년 새 40% 폐업
“예전엔 줄섰는데 이젠 자리 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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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자유연대가 지난 11일부터 공항 리무진 버스에 부착한 개고기 식용 반대 광고. [사진 조문규 기자]

“여기 온 거 걸리면 집사람한테 엄청 구박당할 게 뻔하고 똘이한테도 면목이 없는데…. 기사에 내 이름은 쓰지 말아 줘요.”

17일 초복(初伏)을 맞아 오후 3시쯤 서울 성북구의 한 보신탕집을 찾은 천모(72)씨는 뚝배기에 담긴 보신탕 한 그릇을 다 비우면서도 ‘면목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원래 보신탕을 즐겨 온 천씨가 가족들 몰래 보신탕을 먹으러 다닌 건 6년 전 ‘똘이’라는 이름의 반려견을 키우면서부터다. 반려견을 유난히 아끼는 천씨의 부인은 복날만 되면 ‘보신탕은 절대 안 된다’고 엄포를 놓는다고 한다. 천씨는 “똘이를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보신탕을 먹었다고 하면 대역죄인 취급을 받는다. 물론 나도 똘이를 사랑하지만 보신탕을 먹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 아니냐”고 했다.

천씨처럼 개고기를 먹는다는 사실을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죄책감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끼는 행위)’로 여기는 사람이 늘고 있다. 반려견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할 정도로 애견인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개고기 식용에 대한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도 점점 커지면서다.

7년째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김성훈(29)씨는 “개고기를 먹는 건 개인의 취향이라고 하지만 적어도 나의 가족과 주변 사람들만큼은 보신용으로 개고기를 먹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복날에 주말까지 겹쳤지만 성북구의 보신탕집은 예년에 비해 한산했다. 줄을 서서 먹던 풍경은 사라지고 점심시간에도 좌석의 절반 정도만 찼다. 오후 들어 가게를 채운 20여 명의 손님마저도 절반은 보신탕이 아닌 삼계탕을 주문했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8월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0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45%(남성 33%, 여성 55%)가 개고기 식용에 대해 ‘좋지 않게 본다’고 답했다. ‘좋아하는 보양식’ 순위에서도 보신탕은 6%에 불과했다. 삼계탕(43%)에는 선호도가 크게 떨어졌고 장어 요리(7%)보다도 낮았다.

또 20~30대의 경우 최근 1년간 개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17%에 불과했다. 과거 보신탕이 한국의 대표적 보양식으로 인식되던 것과 달리 최근엔 개고기를 즐긴다는 사실만으로도 주변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줄면서 과거 ‘유명한 맛집’으로 통하던 보신탕집들도 문을 닫았다. 서울시에 따르면 2005년 528곳이던 서울시내 보신탕집 수는 2014년 9월 기준 329곳으로 줄었다. 불과 10년 만에 서울시내 보신탕집의 40%가 문을 닫은 셈이다.

서울 공덕동에서 20년 넘게 보신탕집을 운영해 온 박윤향(62)씨는 “처음 가게 문을 열었을 땐 손님들이 보신탕을 먹으려고 2~3시간씩 기다렸다”며 “최근엔 매출이 반 토막이 날 정도로 보신탕을 찾는 손님이 줄어 울며 겨자 먹기로 삼계탕을 같이 팔고 있다”고 말했다.

개고기 식용에 대한 반대 여론은 국내외에서 급격히 커지고 있다. 동물보호 시민단체인 동물자유연대가 진행하고 있는 ‘개고기 식용 반대 광고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 11일부터 공항 리무진 버스 10대에 어린 여자아이와 반려견이 나란히 누워 있는 사진과 함께 “아빠는 멍멍이 안 먹지?”라는 문구가 적힌 광고를 부착했다. 이원복 동물보호연합 대표는 17일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개 가면을 쓴 채 ‘개·고양이 식용 반대’를 주제로 1인 피켓시위를 펼쳤다.

영국에선 ‘한국 개고기 식용을 금지해 달라’는 의회 청원에 서명한 사람이 10만 명을 넘어섰다. 청원을 시작한 수재나 마틴은 “매년 한국에선 500만 마리가 넘는 개가 도살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영국 정부는 개고기 식용 문화에 대한 조사 없이 평창 겨울올림픽 개최를 승인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한국에 개고기 식용 금지를 촉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글=정진우·홍상지 기자 dino87@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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