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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전국

“당신이 와서 살아라”…주민 500여명, 황교안 버스 6시간 막아

등록 :2016-07-15 18:01수정 :2016-07-15 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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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버스안 가운데)가 15일 오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항의하는 주민들에 둘러싸여 버스에 갇혀 있다. 성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황교안 국무총리(버스안 가운데)가 15일 오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항의하는 주민들에 둘러싸여 버스에 갇혀 있다. 성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총리·국방장관 등 성주 방문에
반대 집회 주민들 분노 폭발
“우리는 개돼지고 너희만 국민이냐”
군청 주변도로서 추격전 벌여
학생 800여명 조퇴 집회 참가

“총리라는 인간이 숨어서 도망가기 바쁘네. 저런 한심한….”

15일 오후 5시35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옆마당에 있던 버스에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탈출’이 시작됐다. 이들은 경호원과 경찰관들의 호위를 받으며 순식간에 버스에서 내려 군청 뒤쪽으로 사라졌다. 버스를 에워싸고 있던 주민들이 고성을 지르며 쫓았다. 군청 주변 도로에서 추격전이 벌어졌다. 황 총리와 한 장관은 재빨리 검은색 승용차에 올라탔다. 승용차를 막아선 주민들과 이들을 떼어내려는 경호원, 경찰이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였다. 승용차는 구청 뒤쪽으로 난 심산로를 따라 성주나들목(IC) 방향으로 움직였다. 주민들이 트랙터와 트럭, 승용차로 도로를 막았지만 결국 이들이 탄 승용차는 오후 6시15분께 경산교를 건너 성주나들목 방향으로 사라졌다.

주민 김학종(55·초전면)씨는 “일언반구도 없다가 갑자기 성주에 사드 배치 발표를 해놓고서는 기껏 성주 찾아와서는 기존 언론에 나오던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했다. 우리들을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 같다. 성주든 어디든 간에 사드는 절대 오면 안 된다”고 말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태운 승용차가 15일 오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돌아가려다 항의하는 주민들에 둘러싸여 갇혀 있다. 성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황교안 국무총리를 태운 승용차가 15일 오후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를 찾았다가 돌아가려다 항의하는 주민들에 둘러싸여 갇혀 있다. 성주/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황 총리와 한 장관은 이날 오전 11시 주민들을 달래기 위해 성주에 내려왔다. 성주군청 앞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주민 3000여명(경찰 추산)이 ‘사드 결사반대’라고 적힌 붉은 머리띠를 하고 사드 배치 반대 집회를 하고 있었다. 성주지역 초·중·고교 학생 800여명은 수업 중 조퇴를 하거나 등교를 거부하고 집회에 참가했다.

군청 현관 앞에 선 황 총리는 주민들에게 “여러분에게 미리 말 못한 것을 다시 한번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이어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핵 도발을 하고 있다. 국가의 안위가 어렵고 국민의 생명과 신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국가로서는 이에 대한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며 안보론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이 말은 오히려 성난 민심에 기름을 부었다. 주민들은 달걀과 생수병을 던지며 황 총리 등에게 고함을 질렀다. 한 주민은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은 아들과 손자 데리고 사드가 배치되는 성산 앞에 와서 같이 살아라. 내가 집 지어줄 테니까. 그렇게 하면 내가 니 인정해줄게”라고 소리쳤다. 달걀을 맞은 황 총리와 한 장관 등은 황급히 청사 안으로 피신했다. 황 총리 일행은 오전 11시40분께 몰래 청사 옆문을 통해 버스를 타고 가려다가 주민에게 들켰다.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에서 주민들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타고 있는 미니버스를 막아선 채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성주/김태형 기자
15일 오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앞에서 주민들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타고 있는 미니버스를 막아선 채 사드 배치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성주/김태형 기자
주민 500여명은 버스를 에워싸고 황 총리와 한 장관에게 버스 밖으로 나와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군청 주변에는 오후에 다시 500여명의 주민이 더 몰려들었다. 주민들은 오후 1시30분께 트랙터 2대를 몰고 와 황 총리가 탄 버스 앞을 막았다. 주민 배철호(64·성주읍)씨는 “인터넷을 보니 성주 참외는 벌써부터 ‘사드 참외’, ‘전자파 참외’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정부는 성주를 망하게 할 생각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민들은 “우리는 마, 개돼지고 너거들만 국민이가?”, “미국하고 북한하고 전쟁한다는데 왜 여 와서 이카노(사드를 배치하냐)?”라고 버스를 향해 소리쳤다. 김항곤 성주군수와 지역구 국회의원인 이완영 의원이 중재를 하기 위해 나섰지만 되레 주민들에게 욕을 먹고 돌아갔다. 오후 4시께 이 의원은 “총리와 국방장관께서 성주에 오셔서 충분히 여러분의 이야기를 들었고 잘 알겠다고 말씀했다. 사태의 심각성을 충분히 알겠다, 시간을 갖고 여러 가지 방안을 충분히 찾아보겠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하지만 황 총리는 끝내 버스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이날 저녁 8시부터 군청 앞에서는 나흘째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주민 2000여명이 참석했는데, 지금까지 이곳에서 열린 촛불집회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성주/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관련기사: 황총리, 대통령 지시에 급조된 성주 방문… ‘화’만 자초

■ 사드 전도사 황교안 총리의 ‘성주 굴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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