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근처 원룸에서 혼자사는 직장인 김미진(27)씨는 ‘나홀로’가 편하다. 집 근처 맛집에서 혼자 밥을 먹고, 카페에서 음악을 들으며 커피도 혼자 마신다. 영화도 좋아하는 예술영화를 혼자서 관람한다. 지난 여름휴가 때는 여행도 혼자서 다녀왔다. 김씨는 “누군가와 함께 밥을 먹거나 영화를 보려면 상대의 취향까지 고려해야 하지만, 혼자서는 고민하는 시간도 적게 들고 남을 애써 배려하지 않아도 돼 편하다”며 “요즘은 나같은 사람이 많아져 가게나 영화관에 1인석도 생겨나고 남들의 시선도 크게 신경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혼밥족’(혼자 밥 먹는 사람), ‘혼술족’(혼자 술 마시는 사람), ‘혼여족’(혼자 여행 하는 사람)에 이어 ‘혼영족’(혼자서 영화 보는 사람)까지?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문화생활도 혼자서 즐기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
12일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영화관에서 영화표를 1장만 사는 사람이 4명 중 1명 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화표 1장 구매 비중은 지난 2011년 19.1%였지만, 2015년에는 24.4%로 5.3%포인트 늘었다. 요식업종에서도 결제 금액 중 ‘나홀로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 3.3%에서 2015년 7.3%로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성인 10명 중 7명이 “함께보단 혼자가 편하다”고 답한 최근의 통계(잡코리아 지난 5월)가 실증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이는 과거 음지에서 이뤄지던 나홀로 소비가 점점 양지로 나오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신한카드트렌드연구소 남궁설 소장은 “편의점에서 1인용 메뉴를 구입해 집에서 소비하는 방식으로 ‘나홀로족’이란 사실을 감추던 소비 행태가 당당하게 혼자 영화관을 가거나, 외식을 하고, 카페에서 혼자 술을 마시는 행태로 바뀌고 있다”고 짚었다.
한편,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올 하반기 소비 3대 트렌드로 ‘주(酒)·야(夜)·동(動)을 꼽았다. ‘주’는 일상생활에서 가볍게 즐기는 술을 의미한다. 2030세대와 여성 소비자를 중심으로 ‘스파클링 와인’처럼 낮은 도수 술이 인기를 끌고, 가볍게 맥주를 마시면서 책을 볼 수 있는 ‘책맥(북맥) 카페’도 늘어나고 있다. 스타벅스나 폴바셋, 맥도날드 등 젊은 여성들이 선호하는 상점이 밤 시간대에는 맥주를 팔면서 편안하고 가벼운 음주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야’는 밤에 즐기는 문화생활이 늘어나는 것을 이른다. 열대야와 축제에 익숙해진 문화와 더불어 정부 정책 지원 등으로 영화제·페스티벌·야간행사 등 여름밤 축제가 늘어날 전망이다. ‘동’은 몸으로 즐기는 소비가 늘어날 것이란 의미다. 연구소는 스크린 골프·스크린 승마 등 새로운 형태의 실내 스포츠 문화가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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