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가 중국 완성차 업체에 납품하고 있는 원통형 배터리./사진제공=삼성SDI

중국 완성차 업체가 삼성SDI (105,000원 1000 -0.9%)가 생산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생산을 중단했다. 이번 조치는 삼성SDI 배터리가 지난달 중국 정부의 인증을 통과하지 못해 보조금을 받지 못할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한국 정부의 미국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THAAD)의 한반도 배치 결정 이후 중국 정부의 강경 대응이 우려되는 가운데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계는 중국 내 사업 진행에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와 삼성SDI에 따르면 장화이(江淮)자동차는 삼성SDI 배터리를 장착하던 프리미엄 전기차 iEV6s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생산을 멈췄다.

왕 팡렁(Wang Fanglong) 장화이자동차 신에너지 차량연구·개발 담당 임원은 "정책 리스크 때문에 iEV6s 판매가 우려스럽다"며 "삼성SDI가 정부의 인증 업체 리스트에 포함돼야만 iEV6s 차량의 생산을 재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삼성SDI의 배터리를 단독으로 탑재한 iEV6s는 중국 최초로 1회 충전시 주행 가능거리 250km가 가능한 전기차다. 가장 비싼 모델은 23만4800위안(약 4028만원)에 판매된다. 올 3월부터 5월까지 총 1858여 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 관계자는 "iEV6s는 단독으로 삼성SDI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어 보조금에 대한 어려움이 예상돼 장화이자동차가 생산 중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다른 중국 업체들의 생산 중단 결정은 아직 전달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삼성SDI는 장화이 외에 포톤(福田), 위퉁(宇通)버스에도 배터리를 공급하고 있다. LG화학의 중국 완성차 고객사는 상하이자동차(SAIC)를 비롯해 창안자동차, 창청자동차, 체리자동차 등이다.

삼성SDI 등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중국 사업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진 것에 대한 예의 주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지난달 진행한 배터리 인증에서 LG화학과 삼성SDI를 제외한 데 이어 '사드' 배치로 전기차 배터리 인증 재심사를 준비하는 업체들에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20일 중국 정부의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 심사 명단에서 LG화학과 삼성SDI는 제외됐다. 두 회사는 추가 인증 절차에 서류를 보완해 다시 제출한다는 입장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보조금 등 중국 정부의 명확한 정책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이 당황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면서 "일단 중국 정부가 배터리 추가 승인 방침을 내놓는대로 승인을 받는데 최선을 다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