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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10대 車제조사 삼성SDI 배터리 들어간 전기차 생산 중단…'사드 후폭풍' 현실화하나

  • 한동희 기자
  • 입력 : 2016.07.11 18:55

    중국의 완성차 제조사 장화이자동차(JAC·江淮汽車)가 삼성SDI가 생산한 배터리로 만든 전기차 생산을 중단했다. 중국 정부가 삼성SDI를 비롯한 LG화학 등 한국 업체들에 인증을 내주지 않으면서 판매가 차단될 가능성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배터리 업계 한편에서는 한국 정부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중국 정부의 '경제보복' 조치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한다.

     JAC의 전기차 신모델 ‘iEV6S'./삼성SDI 제공
    JAC의 전기차 신모델 ‘iEV6S'./삼성SDI 제공
    ◆ 中 10대 완성차의 변심…"정책 우려 커"

    11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JAC는 전기자동차 신모델 'iEV6S'의 생산을 중단했다. JAC는 1964년 설립된 중국의 10대 완성차 제조사 중 하나다. 'iEV6S'는 1회 충전으로 250km 주행이 가능한 중국 최초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삼성SDI는 이 차량에 고성능 원형 배터리(18650)를 공급한다. 삼성SDI는 이를 위해 올해 초부터 국내 천안사업장과 중국의 톈진(天津)법인에서 매달 수백만개의 배터리 셀을 생산해 왔다.

    삼성SDI의 고성능 원형 배터리(18650). /삼성SDI 제공
    삼성SDI의 고성능 원형 배터리(18650). /삼성SDI 제공
    JAC가 iEV6S 생산을 중단한 것은 삼성SDI가 중국 정부의 배터리 인증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왕팡룽 JAC 신에너지 차량 연구개발 담당 임원은 "정책적인 위험 부담이 너무 커 iEV6의 판매를 이어갈 수 없다"며 "인증을 다시 얻어야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SDI는 지난달 20일 중국 공업화신식화부(공신부)가 발표한 ‘4차 전기차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업체’에서 인증을 받지 못했다. 중국 정부는 인증 업체가 아닌 업체가 제공한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의 경우 오는 2018년 1월부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은 차량 가격의 30~50%에 달해, 보조금을 받지 못하는 업체는 사실상 가격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삼성SDI는 서류를 보완해 다시 인증을 신청할 계획을 갖고 있다.

    JAC는 배터리 공급 업체를 중국 현지 업체로 바꿀 수도 있다고 가정하면서도 "삼성SDI만큼의 성능을 내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JAC는 올해 9월 출시할 하위 모델 iEV6e의 배터리 공급업체로 국헌고과(Hefei Guoxuan High-Tech Power)를 선정했다. 이 제품은 오는 9월부터 생산에 들어간다.

    ◆ 사드 후폭풍 현실화하나

    국내 배터리 제조사 관계자는 "8월에 5차 인증 신청을 앞두고 서류를 보완하고 있는데, 사드 배치 결정으로 인해 중국정부가 입장을 강경하게 바꾸지 않을까 걱정된다"며 "업체의 이름이 언론에 거론되는 것조차 중국 정부의 심기를 거스를까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배터리 업계가 이처럼 우려하는 이유는 중국이 다른 국가와 갈등을 빚을 때 비관세장벽과 같은 조치로 압박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중국 10대 車제조사 삼성SDI 배터리 들어간 전기차 생산 중단…'사드 후폭풍' 현실화하나
    한국 정부는 지난 3월 통상장관회담을 열고 배터리 보조금 감축 문제를 의제로 올려 한국 기업 차별의 부당성을 강력히 이의 제기하고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지난달에는 리커창 중국 총리가 한중 총리회담에서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문제를 조속한 시일 내에 해결할 방안을 모색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한 상황이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는 사드 배치로 상황이 급변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중국에 난립한 부실 업체들을 구조조정하기 위한 규제"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 난징의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위)과 중국 시안의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각사 제공
    중국 난징의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공장(위)과 중국 시안의 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공장. /각사 제공
    중국의 보조금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삼성SDI와 LG화학 등 한국 기업이다. 삼성SDI와 LG화학은 이 조치 때문에 지난해 말 중국에 삼원계 배터리 공장을 완공했으나 제대로 가동조차 못하고 있다. 또 이들 업체가 중국에 매출 30%가량을 의존하고 있어, 당장 올해 매출이 10~30%가량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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