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먼저 (발사용) 레이더를 조준했다.”
“중국이 먼저 공격을 위한 움직임을 걸어왔다.” 지난달 17일 동중국해 해상에서 일어난 중-일 전투기들의 대치는 일본 항공자위대의 F-15 전투기가 중국 전투기의 미사일 공격 위협을 감지하고 ‘적외선 방해탄’까지 쏘아 가며 현장을 빠져나가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했음이 확인됐다.
중국 국방부는 4일 중-일 전투기 사이의 지난달 대치 상황에 대해 “2기의 수호이-30 전투기가 동중국해 해상의 방공식별구역(ADZ)을 순찰하고 있었는데, 일본의 F-15 전투기 2대가 급속히 접근해와 (중국 전투기를 향해 발사용) 화기 관제 레이더를 쏘았다. (이에) 중국군이 전술기동 등의 조처를 취하자 일본기가 적외선 방해탄을 쏘아가며 회피했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항공자위대의 장성 출신인 오리다 구니오는 지난 28일 자신의 블로그에 중국 전투기가 “공격을 위한 움직임을 걸었다. 그래서 자위대가 자기방어장치를 사용하면서 현장을 피했다”는 글을 썼고, <산케이신문>이 30일 이런 사실을 1면 머릿기사로 다루며 일본 내에서 큰 논란이 됐다. 이후 항공자위대는 중국군 전투기가 양국이 영토 분쟁중인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를 포함한 난세이 제도 부근에 모습을 드러내 긴급발진을 했다고 인정했고, 하기우다 고이치 관방부장관도 양국 전투기가 “근거리에서 공방을 벌이긴 했다”고 시인한 바 있다.
이번 사태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중국이 2013년 10월 동중국해에서 일방적으로 확장한 방공식별구역으로 전투기를 보내 순찰활동을 했다고 밝힌 점이다. 센카쿠 열도 주변 상공은 중·일의 방공식별구역이 겹치는 지역이어서 중국 공군의 움직임이 포착되면, 일본으로서도 대응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시간적인 여유를 두고 상대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해군 사이의 대치와 달리 공군의 대치는 작은 판단착오가 걷잡을 수 없는 파국적인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
일본 항공막표감부(한국의 합참)의 4월 말 자료를 보면, 일본이 중국 또는 러시아 공군의 움직임에 대응해 긴급발진을 한 횟수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해 100~200회 안팎에 머물렀지만, 중-일 갈등이 고조된 뒤 500회를 넘어 2014년엔 943회, 2015년엔 그보다 조금 줄어든 873회를 기록했다. 긴급발진 횟수가 늘어난 만큼 중-일 사이의 우발적인 충돌의 위험도 커진 상태다.
도쿄/길윤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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