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 오전(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본군성노예제 생존자들의 정의 회복에 대한 권리’라는 주제로 열린 사이드이벤트에 참석한 김복동 할머니, 정대협 윤미향 대표. (제공: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천지일보(뉴스천지)

[천지일보=강은영 기자] 한일 양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본군성노예제 생존자들의 정의 회복에 대한 권리’라는 주제로 열린 사이드이벤트에서 프란시스 라데이(Frances Raday) 유엔 여성차별실무그룹 의장은 한일 양국 정부 간의 일본군성노예제에 관한 합의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고 18일 밝혔다.

라데이 의장은 “한일 간 합의는 그 과정에서 피해자와 지원단체들과 협의 하지 않고, 피해자들의 개별 배상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며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은 피해자의 진실·정의·배상 등의 권리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일 간 합의 내용은 유엔 인권기구의 강한 비판을 불러일으켰다”며 “국제적 인권 기준을 따르기 위해 명확하고 공식적인 사죄, 당시 일본정부와 군대의 완전한 책임 인정과 적절한 배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공식적인 사죄는 국가적 정책인 ‘위안부’ 제도 하에 피해를 당한 아시아 전역의 여성들에게 자행한 위반 행위를 인정하는 표현이 이뤄져야 한다”며 재발 방지와 교육 등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안젤라 라이틀(Angela Lytle) 캐나다 토론토대학 여성인권교육연구소 국장은 “이번 합의가 전제적인 인권 시스템의 기반을 약화하는 것”이라며 “강한 힘을 가진 국가들이 가해자일 경우 정치적 이익과 결부돼 피해자들의 권리 실현이 더욱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번 합의를 둘러싸고 인권활동가들이 겪고 있는 위협적인 상황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며 “일본군 피해자는 한일 양국 정부의 위안부 합의에 대한 부당함과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김복동 할머니(91)는 사이드이벤트에 직접 참석해 일본군성노예로 겪은 고통을 생생히 증언하면서 “일본정부의 지원금은 받을 수 없다”며 “죽기 전에 해결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앞서 16일 김 할머니는 자이드 라아드 알 후세인(Zeid Ra'ad Al Hussein) 유엔인권최고대표를 만나 “군인들의 성노예가 돼야 했던 피해자들에게 아직 해방은 오지 않았다”며 “한일 정부 간 합의는 피해자들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수십 년간 피해자들을 지원해 온 단체들마저 배제한 합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