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사지걸 모집, 편안한 곳. 한국 경기가 힘들죠.”
2011년 8월 유흥업소 구인사이트를 뒤지던 김모(당시 29세·여)씨는 이 문구에 마음이 혹했다. 아는 사람도 없고 의사소통이 문제였지만 김씨는 해외 생활에 대한 호기심으로 해당 업체에 e메일을 보냈다. 마사지걸이 사실상 성매매를 뜻함을 모른 것도 아니었다.
홍모(당시 23세·여)씨가 보내온 답변은 기대보다 좋은 조건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근교 오피스텔에서 생활하며 성매매 1회당 250~300달러를 받는다고 했다. 숙박비 및 소개비로 100달러를 홍씨에게 지급하면 됐다. 지금 있는 업소보다 두 배 정도 보수가 높았다. 열심히 하면 한 달에 2500만원까지 벌 수 있다고 했다.
홍씨는 김씨에게 프로필 전문 사진사를 연결해줄 테니 세미누드(반라)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했다. 이렇게 사전심사를 통과한 김씨는 무비자로 90일 이내 입국이 가능했지만 목돈 마련을 위해 6개월까지 체류 가능한 관광·상용 비자를 받기로 했다. 홍씨가 브로커를 통해 한국 대학 재학증명서와 5000만원 이상의 통장 잔고가 남아있는 내용증명서를 위조해 항공우편으로 보내준 덕분에 가능했다. 그해 9월 미국 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던 날, 김씨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에 연행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미국 LA·뉴욕·중국 홍콩 등지에서 현지 남성들을 상대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업주 홍씨와 홍콩 업주인 정모(34·여)씨를 구속했다고 8일 밝혔다. 또 현지에서 체포된 뉴욕 업주 정모(27·여)씨에 대해서는 미 국무부에 공조수사를 요청했다. 김씨와 성매매 여성 임모(32·여)씨 등 2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홍씨 등 업주들은 2009년 말부터 지난해 5월까지 이 같은 수법으로 모집한 한국 여성과 성매매를 알선해 총 9억4000여만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홍씨는 1회에 약 27만~33만원을 받아 그중 16만~23만원가량을 성매매 여성에게 지급하고, 10여만원은 알선비나 숙박비 명목으로 챙겼다. 홍콩 업주인 정씨는 성매매 여성 1인당 하루 평균 5~6회의 성매매를 알선했다. 1회에 약 24만~48만원을 화대로 받아 절반을 자신이 가져갔다.
이들은 20~30대 여성의 프로필 사진을 거주 도시와 국적별로 검색이 가능한 해외 성매매 사이트에 올렸다. 남성이 여성을 지목하면 오피스텔·호텔 등지에서 성매매를 알선해왔다. 홍씨는 LA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유학생으로 국내에서 같은 전과가 있었다. 정씨는 10여 년 전 홍콩으로 건너가 현지인과 결혼한 가정주부였다. 경찰 관계자는 “미국에서 재판이 진행 중인 뉴욕 업주 정씨 등 2명의 신병을 인도받도록 요청하고 현재 외국에 체류 중인 성매매 여성 118명에 대해서도 수사를 계속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민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