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아프리카와 프랑스 순방은 시기와 내용 등 모든 면에서 ‘낭비성 정상외교’의 진수를 보여준다. 나라 안은 경제와 환경, 안전 등 모든 면에서 총체적 난국에 빠져 있고, 나라 밖에서는 한반도를 둘러싼 상황이 매일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도 박 대통령은 한가하게 아프리카 나라들을 돌아다니며 새마을운동 자화자찬이나 하고 있었으니 혀를 찰 노릇이다.
박 대통령이 아프리카 방문 기간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 ‘코리아 에이드’(Korea Aid)는 대표적인 예다. 정부가 “새로운 한국형 개발협력(ODA) 모델”이라고 홍보하고 있는 이 사업은 이동식 차량에 의료기기, 음식, 영상장비 등을 싣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개발의 효과성, 책무성, 지속 가능성 등 국제사회가 마련한 개발협력의 원칙과 기준을 깡그리 무시하고 있는데다, 현지 주민들의 의견과 수요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보건 분야 계획을 보면, 각 나라에 차량 3대를 지원해 ‘순회 진료’를 하면서 현지인들을 검진하고 위생 교육 등을 하겠다는 것이 계획의 뼈대다. 현지 주민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것은 이런 뜨내기식 진료가 아니라 마을 단위의 보건소 확충 등을 통한 일상적인 의료서비스 개선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방향이 완전히 틀렸다. 비빔밥과 국산 쌀로 제작된 가공제품 등 한식 메뉴를 제공해 소외 계층의 영양 상태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은 더욱 어이가 없다. 한국과는 다른 종류의 쌀과 음식을 주식으로 하는 현지 주민들의 음식 문화를 무시한 일종의 ‘한식 홍보 사업’에 불과할 뿐이다. 평창겨울올림픽 영상, 케이팝 뮤직비디오, 한국 영화 등을 영상트럭에서 상영하는 것을 문화협력으로 둔갑시킨 것도 마찬가지다. 한류 확산 사업과 개발협력 사업을 혼동한 천박한 발상이다.
코리아 에이드는 5월 초까지만 해도 정부의 ‘2016~2017년 국제개발협력 종합시행계획’에 들어 있지 않았다가 박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을 계기로 갑작스럽게 추진됐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는 말도 들린다. 국제 개발협력에 대한 이해가 없는 정부부처들이 대통령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하기 급급하다 보니 이런 엉터리 이벤트가 만들어진 것이다. 국제사회에 부끄럽고 창피하기 짝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