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조업을 하다가 5일 새벽 인천 옹진군 연평도 어민들에게 붙들려온 중국 선원(왼쪽)이 연평도 선착장에 정박한 배 안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다. 연평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불법조업 중국 어선 2척 나포
우리 어선 5척 새벽에 북상
“꽃게 싹쓸이 불법조업
해군·해경이 못막아 행동”
해경, 중국선장 2명 구속영장 방침
연평 어민 법률 위반 여부도 조사
우리 어선 5척 새벽에 북상
“꽃게 싹쓸이 불법조업
해군·해경이 못막아 행동”
해경, 중국선장 2명 구속영장 방침
연평 어민 법률 위반 여부도 조사
인천 연평도 어민들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으로 조업하던 중국 어선 2척을 직접 나포했다. 어민들은 “중국 어선의 꽃게 싹쓸이 불법조업을 해경과 해군이 막아주지 못한 데 따른 자력구제”라고 주장했으나, 정부 당국은 북방한계선 월선과 북한과의 군사충돌 위험과 중국과의 외교 마찰 등을 걱정해 진상조사에 나섰다.
5일 새벽 5시23분께 북방한계선 남쪽 0.3해리(556m), 연평도 북쪽 0.5해리(926m)에 정박해 있던 중국 어선 2척을 연평도 어선 5척이 로프를 걸어 연평도로 끌고 왔다. 당시 중국 어선 2척에는 모두 11명의 중국 선원이 타고 있었으나, 당시 잠을 자고 있어 충돌은 없었다.
연평도 성도경(49) 어민회장은 “지난 몇 년 동안 해군과 해경 등에 불법조업하는 중국 어선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중국 어선은 급증하고 어획량은 계속 감소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우리가 직접 잡으러 갔다. 앞으로도 정부가 불법조업 중국 어선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으면 직접 나설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2005년 5월에도 연평도 어선 30여척은 불법조업 중인 중국 어선 4척을 붙잡아 해경에 넘긴 바 있다. 당시 해경은 우리 어선이 현행범을 잡은 점을 참작해 중국 선원들만 입건했다.
해경은 조사가 끝나는 대로 6일 영해 및 접속수역법 위반 혐의로 중국 어선 선장 2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선원 9명은 중국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또한 연평도 어민도 조업구역 관련 법률 위반 여부를 조사중이다. 해경은 “중국 어선 나포 지역은 북방한계선 남쪽이지만 우리 어선도 조업이나 항해를 할 수 없는 해역이다. 어민들이 돌발적으로 북상해 중국 어선을 나포한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어선을 붙잡은 연평도 어선들은 이날 새벽 4시50분께 해병대 연평부대장한테 출항허가를 받고 새벽 4시53분 출항한 어선 19척 중 일부라고 해경은 밝혔다.
이날 연평도 어선들이 갑자기 북상하자 북한의 군사행동과 중국 어선과의 충돌을 우려해 해군은 고속정 4척과 고속단정 3척을 북방한계선 근처로 출동시켰고, 해경도 경비함정 2척과 특공대 고속단정 1척을 보냈다.
단속을 피해 북방한계선을 넘나들며 저인망식 조업으로 꽃게를 싹쓸이하는 중국 어선에 대한 어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올해 4월의 꽃게 어획량은 17만1024㎏으로 지난해 같은 달 76만6353㎏에 견줘 77.7%나 줄었다.
봄어기인 2013년 4~6월 서해 북방한계선 인근 해상에서 해군 레이더망에 잡힌 중국 어선은 1만5560척이었다. 이듬해인 2014년 봄어기에는 1만9150척(하루 평균 212척), 2015년에는 2만9640척(하루 평균 329척)으로 2년 만에 배로 급증했다.
국민안전처는 외교부, 해양수산부, 합동참모본부 등 관계기관과 긴급대책회의를 열어 재발 방지와 연평도 근해 중국 어선 불법조업 문제를 긴밀히 논의하기로 했다.
김기성 기자 player00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