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66) ‘위안부’재단 설립 준비위원장이 일본 정부가 출연하기로 한 10억엔의 성격에 대해 “배상금이 아닌 치유금으로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31일 서울 세종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일본이) 일단은 책임을 인정했고, 상처를 치유하겠다는 차원에서 10억엔을 출연했기 때문에 배상금으로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는 일본 측이 사과와 책임인정을 했기 때문에 10억엔이 사실상 배상의 성격이 있다는 우리 정부의 설명과 반대되는 입장이다.
재단설립준비위원장을 맡은 김태현 성신여대 명예교수는 지난 2012년 대선 때 새누리당 대통령 중앙선대위 여성본부장 등을 지내는 등 친박계 인사로 분류된다. 김 위원장은 전공인 심리복지학과 관계가 먼 정부 소속 ‘공공기관운영위원회’ 민간위원에 선임되는 등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던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이날 출범한 재단설립 준비위원회의 제1차 회의를 통해 호선 방식으로 공식 선출됐다. (관련기사:‘위안부’ 재단 설립준비위원장에 ‘친박’ 김태현 교수)
김 위원장은 또 위안부 재단을 민간재단으로 설립해 향후 국민 기금을 조성해 위안부 지원 등의 사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설명했다. 그는 민간재단으로 설립 취지와 관련해 “할머니들이 구체적으로 필요로 하는 사항에 더 많이 접근할 수 있고, 나중에 민간 펀드라이징을 해서 더 많은 사업을 구상할 수 있다”며 “정부는 한계가 있어 민간 법인으로 시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1995년 조성돼 ‘위안부’ 피해자들의 거센 반발로 중단된 ‘여성을 위한 아시아평화국민기금’와 본질적으로 다를 게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가 출연한 10억엔에 민간 기금을 더해 재단을 운영하는 방식은 일본 정부의 불법행위 책임을 회피하려는 꼼수라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피해 할머니들을 면담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가장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 할머니들이 저희에게 내가 죽기 전에 직접 지원해달라, 가능하면 빨리해달라 그런 말씀이었다”면서 “할머니들의 명예 회복과 상처 치유가 재단의 설립 목표인 만큼 당사자들의 의사를 경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피해자 단체들이 어떤 형태로든 참여하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정대협과 나눔의집 등 피해자 지원 단체들과의 대화도 지속적으로 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녀상 이전 문제와 관련해서는 “소녀상 이전과 10억엔을 받아 재단을 설립하는 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대협, “피해자 뜻 저버린 결정… 면죄부 팔아넘긴 부끄러운 정부”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대표는 <민중의소리>와 전화통화에서 정부의 재단설립이 “피해자와 지원단체 그리고 국민의 뜻 저버리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표는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일본정부가 일본군의 범죄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와 법적 배상을 하는 것”이라면서 “보상을 해 달라는 것처럼 매도해 피해자들의 의사에 반대되는 12.28 합의를 한 것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재단 설립과 관련해 “정부 책임을 피하기 위해서 민간 비영리 법인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20년 전 일본이 법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계획했던 민간 기구 설립을 왜 정부가 나서서 추진하려하는 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윤 대표는 “정부는 피해자들이 반대해왔던 민간재단 설립, 배상금이 아닌 보상금 지원 등의 계획을 강행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를 강행한다면 돈 몇 푼에 면죄부를 팔아넘긴 부끄러운 정부로 역사에 남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정부가 발족한 준비위원회 위원은 모두 11명으로 구성됐으며, 정부 관계자 2명이 포함됐다. 김태현 준비위원장을 비롯해 준비위원에는 외교통상부 장관을 지낸 유명환 대양학원 이사장과 전 여성가족부 차관 김교식 아시아신탁 회장, 조희용 국립외교원 일본연구센터소장,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 정병원 외교부 동북아국장, 임관식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 등이 이름을 올렸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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