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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미국·중남미

백악관 “원폭으로 수많은 한국인 숨져” 첫 언급했지만…히로시마 가는 오바마, 한·일 사이 ‘딜레마’

등록 :2016-05-19 09:18수정 :2016-05-19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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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워싱턴 AP=연합뉴스
일본 피폭자 면담땐 ‘사과’로 비칠 우려
한국 위령비만 찾자니 일본 반발 불보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역사적인 히로시마 방문을 앞두고 백악관이 한국인 원폭희생자에 대해 이전보다 전향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일본으로부터는 ‘피폭자들과의 직접 면담’ 요구를, 한국 쪽으로부터는 한국인 희생자 위령비 방문을 요구받고 있다.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아태 담당 선임보좌관은 18일(현지시각) 워싱턴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인 위령비 방문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2차 세계대전 기간, 그리고 미군의 원폭 투하로 희생된 모든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히로시마를 방문한다. 원폭으로 수만명의 일본인뿐 아니라 수많은 ‘한국인’이 숨졌다”고 말했다. 미 정부가 원폭희생자에 ‘한국인’이 포함됐음을 분명하게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미 정부 당국자들은 뭉뚱그려 ‘무고한 모든 희생자’라고 밝혀왔다.

그러나 한국인 위령비 방문 등 구체적 일정에 대해선 여전히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 ‘일본인 원폭 생존자를 만날 계획’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변을 피했다. 일본 최대 피폭자 단체인 ‘원수폭피해자단체협의회’(피단협)와 유자키 히데히코 히로시마 지사 등은 19일 오바마 대통령이 피폭자를 만나줄 것을 요청하는 서신을 미 정부에 전달했고,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도 이날 캐럴라인 케네디 주일 미국대사를 만나 이를 요청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관련 한·일 요구사항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 관련 한·일 요구사항

오바마 대통령도 ‘핵 없는 세상’이라는 어젠다를 매듭지으려면 피폭자들과 마주 앉을 필요가 있음을 모르지 않지만, 쉽지 않은 문제다. 자칫 미국을 가해자, 일본을 피해자로 전도시켜 사과하는 모양새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내 참전 군인들의 반발과 다가오는 대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그렇다고 오바마가 ‘순수 피해자’인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만 방문하는 것도 외교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다. 한국인 위령비만 방문하고 일본 피폭자들의 면담은 피할 경우, 히로시마 주민들의 반발은 더 커져 히로시마 방문을 계기로 미-일 동맹의 공고함을 보여주려는 또다른 전략적 의도가 흩뜨려질 수 있다. 일본은 오랫동안 공들여온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방문이 한국인 위령비 방문으로 자칫 빛이 바랠 수 있다는 우려도 하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본의 식민지배가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인 피폭자 문제 해결을 위해 오랫동안 노력해온 일본 시민단체 ‘한국의 원폭피해자를 구원하는 시민의 모임’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에게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 앞에서 무고한 희생자들을 추도하고 생존자와 유족들에게 사죄할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했다. 이치바 준코 회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일본이 한국인 피해자에게 사죄하고 보상해야 하듯, 원폭을 투하한 미국도 한국인 피폭자들에게 사죄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백악관이 ‘한국인 원폭 희생자’를 분명히 언급한 것에 대해 19일 심진태 한국원폭피해자협회 합천지부장은 “미국 정부가 한국인 원폭피해자 존재 자체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것은 지난 71년 동안 처음”이라며 “좀 더 일찍 이 사실을 인정하고 사과했다면, 이미 돌아가신 원폭피해자들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심 지부장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평화공원 구석에 조그맣게 서 있는 한국인 원폭피해자 위령비를 제일 먼저 찾아 헌화하고 사과하기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도쿄/이용인 길윤형 특파원, 창원/최상원 기자 yy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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