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가 19일 서울 조계사 국제회의장에서 열렸다. 본회의에 앞서 한국, 필리핀, 동티모르 출신 '위안부'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일본정부는 반드시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모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일본군'위안부' 범죄가 아시아지역에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각 국의 피해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거듭 촉구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는 19일 오전 서울 견지동 조계사 국제회의장에서 '제14차 일본군'위안부'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본 회의에 앞서 한국, 필리핀, 동티모르 출신 일본군'위안부' 피해자들의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한국측 길원옥, 김복동, 이용수 할머니와 필리핀 에스테리타 바스바뇨 디 할머니, 동티모르 이네스 마젤란 곤살베스 할머니가 참석했다. 특히, 동티모르 곤살베스 할머니는 처음 한국을 찾았다.

필리핀 에스테리타 할머니는 "도대체 왜 일본정부가 무엇을 기다리는지 이해할 수 없다. 무엇을 위해 시간을 끌고 있는가. 일본정부는 정의를 실현하는 게 이토록 어려운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리고 "우리가 요구하는 것을 이행하는게 어려운 일인지 모르겠다"며 "우리는 공식적인 사과와 일본군'위안부'에 대한 역사인식 바로잡기, 역사기록 등이다. 그리고 법적 배상을 요구한다. 이 간단한 것을 왜 받아들이지 못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한국과 일본정부의 지난해 일본군'위안부' 합의(12.28합의)를 두고 "일본정부의 행위에 동의할 수 없다. '위안부' 문제를 한국정부와 대화하는 일본에 동의할 수 없다"면서 "다른 국가에 수많은 '위안부' 피해자가 있다. 일본정부는 관심을 기울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티모르 곤살베스 할머니는 일본군'위안부' 피해를 증언하며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했다.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일본군'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길원옥, 이네스 곤살베스, 에스테리타 바스바뇨 디, 이용수, 안점순 할머니.(왼쪽부터)[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한국 김복동, 이용수 할머니는 '12.28합의'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특히,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일갈했다.

김복동 할머니는 "우리가 밥을 못 먹고 배가 고파서 일본과 싸우는 게 아니다"라며 "큰 돈이 탐이 나서가 아니다. 억울하게 끌려가서 일본군이 한 짓을 법적으로 잘못했다고 아베 총리가 사죄한다면 가슴이 아파도 용서해줄 수밖에 없지않겠느냐. 그런데 아직까지 버티고 있으니 끝끝내 싸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정부더러 싸워달라고 했더니, 우리들에게는 한마디 말도 없이 자기네들끼리 속닥속닥하더니 타결했다고 한다"며 "소녀상을 철거하라? 백억을 주든 천억을 주든 우리는 소녀상과 바꿀 수 없다"고 성토했다.

또한, 일본정부의 10억엔 출연으로 설립될 한국정부 재단을 두고서도 "박정희 대통령을 징용 징병 끌려가서 피맺힌 죽음의 돈을 받아다가 새마을 사업한다고 하더니, 딸은 우리들 문제로 돈을 받아서 무슨 재단을 만든다? 필요없다"고 꼬집었다.

이용수 할머니도 "25년간 외치고 있다. 공식사죄, 법적 배상"이라며 "무엇이 왜 무엇 때문에 우리 대한민국 정부가 그럴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어 "역대 대통령이 입을 안땠다고 했다. 맞다. 오히려 그런 분들이 존경스럽다. 그러면 박근혜가 입을 땠다. 거짓, 아무 것도 아니다. 두 번 죽이는 그런 협상이라는 걸 내놨다. 세계 피해자들이 다 분노하고 있다. 자기가 보태준 게 있는가. 아무 것도 모르면, 가만히 있으면 2등이라고 가지. 아는 척하고 협상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 자화자찬을 비판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믿지 않는다. 우리를 두번 죽이는 정부 사람은 믿지 않는다"며 "국민을 믿겠다. 힘을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10개국 1백여 명이 참석해 피해자들의 호소에 박수로 화답했으며, '진실, 정의, 배상실현, 재발방지를 위하여'라는 주제의 아시아연대회의는 한국, 일본, 중국, 대만, 필리핀, 네덜란드, 동티모르 등의 '위안부' 해결운동을 보고하며, 20일 낮 결의문을 채택할 예정이다.

▲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아시아연대회의에는 10개국 1백여 명이 참가했다. [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나는 위안소에서 미쳐가고 있는 듯했다" 이네스 마젤란 곤살베스(Ines Magalhaes Goncalves) 증언     ▲ 동티모르 일본군'위안부' 피해자 이네스 마젤란 곤살베스 할머니.[사진-통일뉴스 조정훈 기자] 전쟁이 시작되기 전, 나는 부모님과 함께 논밭을 경작하고 있었습니다. 밭에서는 고구마와 양배추를 기르고 있었지요. 또 어머니에게 배워 타이스(전통천)를 짜며 생활했습니다. 그런데 일본군이 오자 군용물자 운반, 도로 건설, 나무 벌채, 풀 베기 등의 일에 동원되기 시작했습니다. 보보나로로 끌려갔을 때는 막사를 세웠습니다. 마루타 아브 베레씨와는 막사 건설과 도로공사 같은 일을 함께했습니다면, 감시의 눈이 무서워 이야기는 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들은 주야를 가리지않고 일해야 했습니다. 여자들은 어떤 집을 보내졌습니다. 근처에서 살던 마더레이나 씨도 함께였지요. 보보나로 오아트 마을의 그 집(위안소)에는 좁은 방이 많이 있었습니다. 당시 나는 어린아이였기 때문에 가슴도 아직 부풀지 않았던 시기였습니다만, 일본 군인은 하룻밤 4명에서 8명이 번갈아 가며 찾아왔습니다. 나는 혼자서 이 전원을 상대해야 했습니다. 그게 끝나면 일어서기는커녕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나는 죽은 듯이 잠들 뿐이었습니다. 도망친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도망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나를 일본군에게 보낸 사람이 마을 이장이어서, 내 이름과 집이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성기가 아파 걸을 수조차 없을 때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그저 일본군이 무서울 따름이었습니다. 위안소는 음식이 충분치 않았습니다. 우리는 한 명씩 집으로 돌려보내졌고집에서 음식을 가져와 그 음식을 다 같이 먹었습니다. 부모님에게 병에 대해서 말할 수도 없었어요.  이윽고 나는 임신하였고 위안소에서 아이를 출산했습니다. 여자아이여서 '카이브티'라고 이름을 지어주었지요. 그 아이가 3개월이 되었을 즈음, 일본군이 철수했습니다. 나는 아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아이를 일본군인에게 빼앗겼습니다. 그 아이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알 길이 없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보수도 받을 수 없었습니다. 군인들은 무참하게 우리를 강간했고, 너무나 야만스러워서 우리보다 동물들이 더 좋은 대접을 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성교를 강요당하는 것 외에도 때때로 전통 춤이나 노래 등의 오락을 제공하는 것을 요구당했습니다. 미쳐가고 있는 것같이 느껴졌습니다. 나는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을 수치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일본정부가 제대로 사죄하길 바라고 우리들의 생활에도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자료제공-정대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