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구조조정을 시작했다. 계열사 내부감사팀이 직원 법인카드 내역까지 꼼꼼히 조사했다. 부당한 내역이 있으면 인사상 불이익을 주거나 자진 퇴사를 종용한다. 현대로템은 올해 초부터 과장 이상 관리직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1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각 계열사 내부감사팀은 상시로 영업팀·대관팀 등 대외업무팀 법인카드 내역을 점검하는 등 감사 수위를 높였다. 정기 내부 감사가 아닌 상시 감사는 이례다. 인력 구조조정을 염두에 뒀다.
현대차그룹 감사팀은 지난해부터 한층 강화된 감사를 실시했다. 실례로 10월부터 약 두 달에 걸친 감사를 통해 `ASPICE(Automotive SPICE)` 업무를 담당하던 현대차와 현대오트론 직원을 정리해고했다. 해고자는 협력업체로부터 금품과 향응을 접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대외 업무팀은 외부 활동이 많은 만큼 법인카드 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고 사용처도 다양해서 어느 정도 너그러운 편이었지만 최근에는 살벌하게 감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내부 감사 수위가 높아지면서 감사팀에 적발된 직원은 감봉이나 정직 등 인사상 불이익뿐만 아니라 바로 (회사를) 나가도록 만든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 소속 연구소에서는 최근 업무성과(고과)만으로 부장급 직원이 회사를 떠나기도 했다. 연구소는 업무 특성상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년이 보장되는 조직이다. 최근 고과나 연구 성과 문제로 퇴사하는 직원이 나오면서 연구소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
현대로템은 올해 초부터 과장급 이상 관리직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 받았다. 임원 연봉 반납, 관리직 연봉 동결 등 위기 극복을 위한 자구안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영업손실이 1929억원을 기록하면서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최근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사옥에서 의왕연구소로 본사를 이전하면서 구조조정에 속도를 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과거에도 실적 부진을 이유로 수백 명의 인력을 줄였다”면서 “최근에는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저가 수주가 늘어 경영 상황이 안 좋아진 탓에 대규모 구조조정은 예고된 일이었다. 이미 많은 직원이 희망퇴직을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부터 중국, 중동, 중남미 등 신흥국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1분기 영업이익이 각각 24.9% 및 38.5% 감소한 현대제철과 현대위아 등 다른 계열사도 안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1분기 중국 판매량이 24만여대로, 전년 동기 대비 9.6%가량 감소했다. 올해 수출 물량 역시 16.9% 축소됐다.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5.5%, 10.8% 줄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회사가 어렵다고 들었지만 최근 감사가 강화되고 희망퇴직이 실시, 피부에 와 닿는다”면서 “올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좋지 않고 회사 전망도 나쁜 상황에서 직원들에게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류종은 자동차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