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종군 위안부 길원옥 할머니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토론토를 방문한 종군 위안부 길원옥 할머니는 지난주 목요일 손힐 하이스쿨을 방문해 캐나다 학생들에게 전쟁의 참상을 소개하며 전쟁없는 나라에서 건강하게 자라기를 축복했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윤미향 대표, 그리고 길원옥 할머니를 주인공으로 일본 위안부 문제를 다룬 다큐멘타리 영화 ‘THE APOLOGY’의 영화감독 티파니 슝과 함께 고등학교를 방문한 할머니는 도서관에 모인 100여명의 학생들과 만났다.
할머니는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소개했고, 티파니 슝 감독은 6년간 전세계를 돌면서 위안부 할머니들을 만나 전쟁 후에도 그들이 얼마나 힘들고 어려워 했는지 영화로 제작한 사연을 소개했다.
윤미향 대표는 할머니의 활동을 소개하면서 25년간 전세계를 돌면서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데 주력했다고 소개했다. 할머니의 노력으로 UN 인권위원회에서는 위안부 문제에 대한 특별보고서를 발표하였고, 유럽 여러나라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는 발표들이 잇달았다.
또한 할머니는 나비 기금을 창설해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는 전쟁 속에 성노예로 전락한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나비기금에 의해 도움을 받아 새로운 삶을 살게된 아프리카 여성의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날 학교 학생 하나가 플룻으로 아리랑을 연주했고 할머니는 학생의 연주에 따라 아리랑을 노래했다.
평양이 고향인 할머니는 13살(캐나다 나이 11살)의 나이에 정신대로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고 아직까지 고향을 못가봤다고 말해 학생들의 눈시울이 붉어지기도 했다.
“저는 13살의 나이에 아무것도 모르고 고향에서 끌려나와야 했습니다. 그 이후로 집에 돌아가지 못했습니다. 여러분들은 저처럼 전쟁의 끔찍한 일을 겪지 않고 가족 모두 행복하기를 기원드립니다.”
이날 강연회에서는 할머니가 지은 시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가 동영상으로 상영돼, 89세의 할머니의 마음이 어린 학생들에게까지 전달되었다.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의 전쟁의 아픔을 되새기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할머니, 멀리 이곳 토론토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전쟁의 아픔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일본이 빨리 사과와 배상 조치를 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저희도 잊지않겠습니다.” 라고 학생 대표로 한인학생 김지영양은 말했다.
이날 강연회 후에는 일단의 한인 학생들이 할머니께 몰려가 꽃다발을 전해드리며 인사를 드렸다. 할머니는 기쁜 모습으로 함박 웃음을 지으며 학생들을 겪려하고 축복했다.
강연회에 참석한 데런 웍 선생은 “할머니께서 여기까지 오셔서 great story 를 학생들에게 들려주셨고 학생들에게 영감을(inspiring)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라며 학교와 학생들이 이 문제를 돕기 위해 행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학교를 방문하기 이틀전 길원옥 할머니는 한인회관 앞에 있는 소녀상을 찾았다. 할머니는 소녀상을 쓰다듬고 어루만지면서 마치 살아있는 어린 손녀 대하듯 안쓰러워 했다.
볼편한 몸에도 할머니는 일본이 진정으로 사과하고 배상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살아있는 날까지 싸우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셨다.
“조금이나마 양심이 남아 있으면 잘못했다고 사과하고 보상도 하고 해야죠. 참고 넘어가면 되겠지 하면서 저들이 세월을 보내네요.”
["엄마, 나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요." 동영상 보기]
[윤덕현 기자, danny@worldincanad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