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났지만 아버지에게서 외면 받은'코피노(Kopino)'들이 친자녀로 인정 받기 위해 국내 법원에 잇따라 소송을 내고 있다. 서울가정법원(원장 여상훈)은 어린이날인 5일 현재 6건의 코피노 친자확인 소송이 확인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코피노는 한국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아이들을 통칭하는 말이다. 한국인 아버지가 아이를 외면한 사례가 많아 이제는 버림 받은 아이들이란 뜻으로도 통한다. 국제 아동단체와 필리핀 현지 교민단체 등은 코피노가 최소 1만명에서 최대 3만명에 이를 것으로 보지만 정확한 공식 집계는 없다.
국내 법원에는 2012년 처음으로 코피노의 친자확인 소송이 들어왔다. 한국인 아버지는 자신의 자식이 아니라고 부인했지만 법원은 유전자 감정을 통해 이들의 혈연 관계를 확인했다.
2012년 첫 사건 이후 비슷한 사례가 늘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3단독 김수정 판사는 필리핀으로 출장을 갔다가 아이를 낳은 한 남성에게 매달 3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지난해 6월 판결했다. 이 남성은 한국 아내와의 불화 때문에 필리핀으로 양육비와 생활비를 보내지 않았고, 아이의 어머니가 소송을 냈다.
자녀라고 인정하면서도 양육비·교육비 등 아무런 경제적 지원도 하지 않아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6단독 박성만 판사는 올 2월 한 채팅 사이트에서 만난 필리핀 여성과 낳은 아이를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리고도 가장 역할을 하지 않은 한 남성에게 "매달 15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3년 가까이 지급하지 않은 양육비 총 357만원도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기록 검토가 끝나지 않은 사건들도 들어와 있기 때문에 실제 서울가정법원에 들어온 사건은 더 많을 것"이라며 "다른 법원에 제기된 사건까지 더하면 전국적으로 비슷한 소송이 수십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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