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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한 달 뒤 현실화할 ‘국정원 독재’, 막아야 한다

등록 :2016-05-0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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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입법예고한 테러방지법 시행령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로 했다. 인권위는 13~4년 전에도 같은 이유로 테러방지법 입법에 반대했다. 그때보다 더 흉측한 내용의 시행령이 나왔으니 그대로 두고 볼 순 없었을 것이다.

인권위 지적대로 테러방지법 시행령에는 중대한 위헌 요소가 있다. 2001년 테러방지법안에도 계엄 없이 군 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있었다. 하지만 당시 법안은 대통령에게 군 투입을 ‘건의’하는 정도였고, 국회에 사전 통보한 뒤 국회 요청이 있으면 군 병력을 철수하도록 했다. 그런 내용도 위헌 소지가 있다는 반대에 부딪혀 폐기됐는데, 이번 시행령은 그때 법률안보다 훨씬 더하다. 국회 통보 등 통제장치는 다 빠졌고, 대통령 ‘건의’ 등 최소한의 절차도 없이 국가정보원 등이 바로 군 투입을 ‘요청’하도록 했다. 헌법은 계엄 때도 국회의 사전·사후 통제를 받도록 했는데, 국정원이 만든 시행령은 이를 아예 무시했다. 현실로 굳어지면 국정원의 전횡을 막을 길이 없다. 그런 내용을 법률도 아닌 시행령으로 밀어붙이려 하고 있으니 위헌인 것이다.

위험한 내용은 이것만이 아니다. 3월 초 강행 처리된 테러방지법엔 단지 ‘전담 조직’을 둘 수 있다고 했을 뿐인데, 시행령은 이를 근거로 무려 10개의 세부 전문 조직을 구성하도록 했다. 이것만으로도 헌법의 포괄위임 금지 원칙과 권력분립 원칙에 어긋난다. 시행령은 시·도에도 국정원 지부장을 의장으로 하는 지역 테러대책협의회를 두도록 했다. 이대로면 국정원은 중앙과 지방을 망라하는 국가행정체계 위에 군림하면서 국가기능 전반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테러방지센터의 구성과 운용도 따로 정하지 않았으니, 국정원의 ‘권한 남용’에는 아무런 감시장치나 제어장치가 없다. 고삐 풀린 ‘폭주’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는 짐작하기조차 두렵다.

인권위에 이어 시민단체들과 야당 의원들도 2일 테러방지법 시행령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폐기’를 주장했다. 정부가 이런 비판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정부가 6월4일 시행령을 그대로 발효한다는 방침을 끝내 강행하려 한다면, 방법은 하나뿐이다. 모법인 테러방지법을 폐기하거나 전면수정해야 무지막지한 시행령의 시행을 막을 수 있다. 야당들의 적극적인 공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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