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44조원 차세대 잠수함 사업, 예상 깨고 日 아닌 프랑스 품으로

호주 정부가 26일(현지 시각) 500억호주달러(약 44조원) 규모의 차세대 잠수함 12척 건조 사업자로 프랑스 국영기업 DCNS를 선정한 것은 호주의 최대 무역 파트너인 중국의 영향력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지난해부터 일본·독일·프랑스 등이 수주 경쟁을 벌인 호주 잠수함 사업은 당초 세계 최대 디젤잠수함 건조 능력을 보유한 일본 미쓰비시·가와사키중공업 컨소시엄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호주의 잠수함 사업자 선택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일본의 입찰 시도를 반대해온 중국"이라고 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호주 외교장관을 만나 "2차 대전을 기억하고 아시아 국가들의 정서를 감안하라. 일본의 무기 수출 야심은 평화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했다. 아사히 신문은 "호주 정부 내에서 일본을 선택하면 중국과의 관계가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특히 지난해 9월 대일 관계에 적극적이었던 토니 애벗 총리가 물러나고 '중국통'으로 알려진 맬컴 턴불 총리가 취임하면서 호주 정부가 중국을 의식해 일본에 사업권을 주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호주의 이번 결정으로 일본과 호주의 오랜 안보협력 관계도 타격을 입게 되었다. 일본은 호주와 잠수함 공동 개발로 미국을 포함한 3국 안보협력을 다지고, 남중국해 등에서 해양 진출을 강화하는 중국을 견제할 구상이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