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29일 '한·일 합의를 빨리 이행해야 한다'고 말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규탄했다.
'한·일 일본군'위안부' 합의 무효를 위한 대학생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를 겨냥, "김종인 대표님, 당신이 박근혜 대통령과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라고 항의했다.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정부간에 일본군 '위안부' 합의가 졸속으로 이뤄져 국민들의 비판을 받는 가운데 지난 26일 김 대표는 국회에서 벳쇼 고로(別所浩郞) 주한일본대사를 만나 "한·일 정부 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합의는 됐지만 이행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며 "이행 속도가 빨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합의 무효'라는 당론에 배치되는 한편, 현 정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아 논란에 휩싸였다.
대책위는 "역사적 인식조차 갖추지 못한 제1야당에 실망을 표하며 김 대표의 사과를 요구한다"며 "무책임한 망언에 대해 직접 해명하고 피해자와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더민주를 비롯해 야당이 받은 표에는 졸속합의를 무효화하라는 국민적 열망이 담겨있었다"며 "선거가 야당의 승리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터져나온 발언이기에 더욱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과 외교적 실책을 비판하고 국민의 뜻에서 역할을 해 나가야 할 야당의 지도자가 아니라, 현 정부의 잘못된 입장을 설파하는 대변인 같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희망나비' 박지연 활동가는 12.28 합의를 언급한 뒤 "할머니들이 원한 사죄, 배상, 미안한 태도 그 중 하나도 제대로 된 것이 없었다"며 "할머니들은 이러려고 25년 동안 길에서 목소리를 낸 게 아니다. 이런 합의안을 70년이 넘는 세월동안 기다린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평화나비네트워크' 문교창 서울공동대표는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과 일본인 사이에서 태어난 한·일 가정의 자녀"라고 운을 뗀 뒤 "저같이 한·일관계에 민감한 사람이 볼 때에도 이번 합의는 절대 한·일 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합의가 아니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제1야당의 대표는 개인이 아니라 당의 입장과 국민의 입장을 이행해야 하는 자리"라며 "주한일본대사를 만나서 하는 말이 피해자의 아픔을 전하는 말이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청년하다' 유지훈 대표는 "여소야대 정국을 만든 총선의 결과는 박근혜 대통령의 불통과 독선의 정치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국민들이 그 정도 힘을 모아줬으면 국민들 바람대로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아픔을 달래주고 국가적 배상을 받고 일본으로부터 머리 조아리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국민의 민심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뒤 더민주 당직자가 당사에서 나와 대책위로부터 항의서한을 직접 받아갔다.
한편, 김 대표는 지난 3월에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거주하는 '나눔의집'을 방문해 "(12.28 합의는) 일단 국가간에 협상을 했기 때문에 그 결과를 현재로서는 고칠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발언해 지탄을 받았다.
이번에도 김 대표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데 대해 비난이 쏟아지자 더민주는 "위안부 합의 수용 불가라는 당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서둘러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신종훈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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