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 둘째)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청년여성 일자리대책 당정협의’ 시작에 앞서 시계를 보고 있다. 왼쪽부터 이준식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 부총리,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1인 900만원 ‘정부판 청년수당’
기업부담 300만원도 사실상 ‘정부돈’
정규직 전환 기업엔 별도 390만원
기업에 가야할 돈 청년에 직접 줘
‘생활비 보조’ 지자체 수당과 달라
‘청년실업률 최악’ 절박성 반영
구인난 중기로 취업 눈높이 낮추기
청년 자산형성 목돈 마련 ‘다목적’
‘종잣돈’ 역할 충분할지는 미지수
기업부담 300만원도 사실상 ‘정부돈’
정규직 전환 기업엔 별도 390만원
기업에 가야할 돈 청년에 직접 줘
‘생활비 보조’ 지자체 수당과 달라
‘청년실업률 최악’ 절박성 반영
구인난 중기로 취업 눈높이 낮추기
청년 자산형성 목돈 마련 ‘다목적’
‘종잣돈’ 역할 충분할지는 미지수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까지 모두 다섯 차례의 청년 일자리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올해 3월 청년실업률이 사상 최고 수준(11.8%)까지 치솟은 데서 보듯 청년은 여전히 극심한 취업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기 침체라는 경제 환경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지만, 연이은 정부 대책이 별다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기도 하다. 정부가 27일 발표한 여섯번째 대책에서 사상 처음으로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지는 재정을 청년 호주머니에 직접 꽂아주는 형태의 방안을 내놓은 것은 이런 현실을 반영한다.
‘정부판 청년수당’으로 부를 수 있는 ‘청년취업내일공제’는 중소기업에서 인턴을 거친 뒤 해당 기업에서 정규직으로 2년간 근무하는 34살 이하 청년 노동자가 그 대상이다. 정규직 전환 뒤 매달 12만5000원을 2년간 납부하면 기업은 같은 금액을, 정부는 이보다 많은 25만원을 지원한다. 2년 뒤에 청년 노동자가 만질 수 있는 돈은 1200만원과 얼마간의 이자다.
계획상으로는 청년이 월 12만5000원을 정액 납부해야 하지만, 그럴 형편이 안 되는 청년한테는 납입액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또 2년 뒤 목돈 수령을 하기 전에는 중도 인출은 할 수가 없다.
정부의 실질적 부담은 청년 노동자 한명한테 얹어주기로 한 월 25만원보다 더 많다. 기업이 내는 월 12만5000원도 사실상 정부 호주머니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청년 직원 1명당 중소기업이 2년간 내는 총부담금 300만원에 대해 세제 지원을 할 뿐만 아니라 인턴에서 정규직으로 직원의 신분을 바꿔준 중소기업엔 별도의 지원금 390만원을 지급한다. 요컨대 정부는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 1명당 2년에 걸쳐 990만원을 쓰고, 이 중 900만원은 청년 호주머니에 나머지 90만원은 해당 청년을 채용한 중소기업에 주게 된다.
이 방안은 정부가 청년한테 직접 돈을 준다는 점에서 서울시와 성남시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 시행 중인 ‘청년수당’과 비교된다. 특히 이들 지자체의 청년수당 정책을 놓고 줄곧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해오던 정부가 돌연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반응도 있다. 그러나 정부가 청년에게 직접 돈을 준다는 점을 빼면 몇몇 지자체의 청년수당과는 성격이 다르다. 서울시 등의 청년수당은 형편이 어려운 청년의 생활 보조라는 측면이 강하다.
이번 대책은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해소하고 청년의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하도록 유도하는 게 주목적이지만, 청년의 ‘자산 형성’을 돕는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1200만원이란 목돈은 청년이 평생 불려갈 종잣돈 구실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기술의 급속한 발달에 따라 일자리가 줄고, 그에 따라 나타나는 근로소득 퇴조 현상이 청년들에게 큰 충격을 줄 것으로 경고해왔다. 현재 40대 이상은 젊을 때 취업을 해 모은 월급을 종잣돈 삼아 재산을 늘릴 수 있었으나, 지금의 20대들은 그럴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이런 이유로 정부가 청년들의 자산형성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힘을 얻어왔다. 불평등 연구의 권위자인 앤서니 앳킨슨 영국 런던정경대(LSE) 교수는 청년수당을 ‘기초자본’과 ‘사회적 상속’이란 개념으로 설명하며 청년수당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1200만원이 청년에게 종잣돈으로 충분한 수준인지는 모호하다. 적정 종잣돈 수준을 추정해 1200만원으로 결정된 것이 아니라 재정 상황과 기존 유사 사업을 고려해 결정된 탓이다. 장윤정 기재부 인력정책과장은 “내년에 지원 대상을 대폭 확대할 예정이지만, 지원 금액 확대나 축소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자산형성 지원 모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