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의 사전상 정의는 바람을 막거나 공간을 가리기 위해 또는 장식용으로 방안에 치는 물건이다. 이런 병풍은 궁궐 뿐만이 아니라 관혼상제 등을 위해 반가에서도 자주 사용했다. 오늘날 남아 있는 것이 많아 골동품을 감정하는 진품명품 같은 프로그램에 곧잘 병풍이 출연한다. 현대 들어 병풍의 사물로 용도는 줄었다. 대신 '병풍 문화'가 득세했다. 병풍 문화를 선호하는 곳 가운데 하나가 조폭 사회다. 두목(오야봉)이 행차할 때면 세 과시를 위해 졸개(꼬봉)들이 병풍처럼 도열한다. 속된 말로 '병풍 선다'고 한다.
병풍 문화는 조폭 사회를 빼 닮은 국회(국회와 조폭, 어느 곳이 원조인지는 모르겠다)에서도 심심찮게 목격된다. 당권을 주무르는 계파의 수장이 중요 발표를 할 때면 다른 국회의원들이 병풍 선다. 국회를 못 들어가 안달하는 사람들이 활개 치는 선거 때도 병풍 문화는 유행이다. 후보의 출마 선언이나 기자회견마다 나름 구색을 갖춘 사람들이 병풍 선다. 병풍 선 사람들은 대부분 입 한번 벙긋 않고 돌아가지만 그래도 병풍 선 사람들의 숫자나 지위에 따라 후보에 대한 관심도가 달라진다. 때로는 기자회견 내용 보다 병풍 설 사람들의 안배에 더 신경 쓰는 이유이다.
국회의원들이 병풍 놀이에 심취할수록 고단한 것은 국민이다. 병풍 서는 사람들에게 중요한 건, 병풍 앞 주인공이다. 국민들은 병풍 뒤에서 죽어나가도 병풍 앞 주인공이 자신들을 끌어 줄 동아줄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안중에도 없다. 오는 6월 20대 국회가 개원한다. 20대 국회는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병풍 놀이에 동원되지 않고 제 역할을 다해 달라 당부한다. 윤평호 천안아산취재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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