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6.04.25 10:18 | 수정 : 2016.04.25 15:08
올해 중동 수주 금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0% 가까이 감소했고, 중동에 진출한 국내 건설사들의 공사는 잇따라 지연되고 있다. 앞으로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의 악몽’을 다시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 ▲ 삼성엔지니어링의 UAE 루와이스 석유화학 플랜트 건설 현장. /조선일보DB
중동 발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두바이유는 올해 들어 30달러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5월 두바이유가 배럴당 65.6달러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반 토막이 난 셈이다. 22일(현지시각) 두바이유는 배럴당 41.01달러를 기록했다.
발주처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국내 건설사의 수주에도 비상이 걸렸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킹압둘라 금융지구 프로젝트 50여개 공사 중 30여개가 현재 중단됐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삼성물산의 경우 아직 중단된 공사는 없지만, 발주처의 기성 지급 문제로 공사 일정이 지연됐다. 킹압둘라 금융지구 프로젝트는 리야드 주변 총 160만㎡ 면적에 78억달러를 투자해 중동에서 가장 큰 금융센터를 짓는 공사다.
GS건설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진행 중인 플랜트 공사에 차질이 생겨 애를 먹고 있다. 올해 초 아부다비국영석유공사(ADNOC) 자회사 타크리어(TAKREER)가 발주한 중질유 처리시설(POC) 프로젝트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발주처가 계약을 미루면서 아직 투자의향서(LOI)를 받지 못했다. 이 프로젝트는 25억달러(약 3조원)에 이르는 대형 공사다.
2012년 9조원대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해 현재 공사를 진행 중인 한화건설도 마찬가지. 올해 초 공사 대금으로 2000억원을 받았지만, 여전히 이라크 사정에 따라 공사대금 지급 일정이 불투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라크는 현재 이슬람 종파 간 갈등과 테러 위협 등으로 산업 환경이 불안정하다.
올해 대부분의 중동 국가가 긴축 재정에 들어갈 것이란 전망도 한국 건설업계엔 악재다. 중동 국가의 ‘재정균형유가’는 45~50달러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크게 낮아졌다. 재정균형유가란 산유국이 재정 적자에 처하지 않을 수준의 유가를 말한다. 재정균형유가 수준이 낮아지면 신규 발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고, 공사가 진행 중인 현장에서도 공사대금 지급이 미뤄지거나, 공사가 중단될 수도 있다.
-
- ▲ 저유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이 중동에서 공사 지연, 대금 일정 지연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금액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5% 감소했다. /조선일보DB
NICE신용평가가 이달 8일 발표한 ‘중동지역 산업플랜트 잔존리스크의 국가별 점검 결과’ 보고서를 보면 특히 사우디와 UAE의 리스크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NICE신평은 “인구가 3000만명을 웃돌고 실업률이 높으며 재정균형유가가 100달러에 육박하는 사우디의 경우 최근 정부 재정지출 축소 정책 등으로 발주량이 미미하다”며 “정부 현지인 의무 고용제도가 실행되면서 프로젝트 채산성도 급격히 나빠져 중동 국가에서도 가장 높은 원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도 저유가 기조에 따른 화공 플랜트 공사의 발주 축소로 최근 국내 건설사의 수주실적이 미미하며, 루와이스 정유공장(RRE) 프로젝트의 원가율이 재조정돼 평균 원가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홍세진 NICE신평 신용평가본부 책임연구원은 “2013년 이후 국내 주요 대형건설사들은 중동 대형 산업플랜트 프로젝트의 대규모 원가율 조정으로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됐다”며 “특히 국내 업체들이 2009~2013년에 수주한 프로젝트들에서 원가 추가 요인이 발생했는데, 이 기간 착공된 현장들의 완공이 늦춰질 경우 해외건설 불확실성이 해소되는데도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