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김창현 기자

# 최근 서울 한 대학 총학생회장 선거에서 때 아닌 저작권 침해 시비가 불거졌다. 출마 후보자가 유세 과정에서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을 마음대로 갖다 쓴 게 문제가 됐다. 저작권자는 무단사용을 이유로 학교 측에 항의했고, 철거를 요구받은 후보자는 곧 각종 선전물에서 '도라에몽'을 뺐다.

저작물은 사상이나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 모두를 일컫는다. 범위가 넓어 콕 집어 규정하기 어려운 만큼, 사용에 앞서 허락이 필요한 저작물인지 아닌지 모르고 쓰는 경우가 많다. 돈 벌 목적이 아닌 경우엔 확인에는 '비영리니까'라는 생각에 무단으로 사용하다 문제가 되는 경우가 더 많다. 전문가들은 영리 여부를 떠나 저작권자에게 사전 동의부터 구하는 게 법적 분쟁에 휘말리지 않는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10일 한국저작권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저작권 침해로 경고·삭제 등 시정권고가 내려진 경우는 총 26만4982건으로 나타났다. 2009년 3만5345건보다 7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재판에 넘겨진 일도 적잖다. 저작권 침해가 문제돼 법원에 기소된 수는 2014년 2397건으로, 2010년 이후 꾸준히 3000건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저작권 시비에 얽힌 당사자 상당수가 자신이 사용한 유·무형물을 저작물인지 제대로 모른다는 것. 2012년 '피에로' 캐릭터 사용을 두고 벌어진 소송전이 대표 사례다. 당시 광고물 제작자 윤모씨(42)는 피에로에서 착안한 디자인으로 행사장에 쓰일 공기인형을 만들었다가 소송에 휘말렸다. 손해배상을 청구한 이모씨(48)는 '중절모에 연미복 차림을 하고, 양손에 벙어리 장갑을 낀 피에로'에 대해 자신이 디자인 등록을 거쳐 저작권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항소심까지 거쳐 법원은 2014년 11월 윤씨 손을 들어줬다. "오래 전부터 존재한 피에로를 저작권법으로 강력히 보호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윤씨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사건이 기각돼 손해배상은 피했지만, 윤씨는 피에로를 무심코 사용한 탓에 2년 넘도록 곤욕을 치렀다.

지난해 2월엔 스크린 골프에 쓰인 골프장 코스를 놓고 저작권 시비가 일었다. 국내 골프장 3곳은 한 스크린 골프 업체를 상대로 "시뮬레이션 시스템의 골프장이 실제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스크린 골프 업체는 "자연물을 약간 변형한 골프장은 저작물이 아니"라고 반발했지만, 법원은 "홀 위치와 코스 흐름을 정하는 방식으로 골프장마다 개성이 달라질 수 있어 저작권 보호 대상"이라고 판단했다.

'영리 목적이 아니라면 저작권 분쟁에서 자유롭다'는 것도 흔한 착각이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권 보호기간(저작자 사망후 50년)이 만료된 경우 △재판절차에 필요한 경우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공표한 저작물인 경우 △시·청각 장애인 복리증진을 위한 복제 등으로 극히 제한적 경우에만 저작물을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돈 벌 목적이 아니었다'는 주장은 면죄부가 될 수 없는 셈이다.

실제로 도라에몽을 대학 내 선거에 사용한 후보자도 "이 캐릭터가 대중적이고 오래됐으며, 비영리 목적으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사전 동의가 없어도 되는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반면 도라에몽 저작권자인 대원미디어 관계자는 "'비영리 목적이니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동의 없이 저작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저작물 무단사용은 대가를 지불하고 정당하게 저작물을 이용하는 상당수 선량한 권리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로,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무단사용은 엄중히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저작물 사용시 사전 동의를 구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관계자는 "저작권 침해 여부에 대한 최종적인 판단은 법원에서 한다"면서도 "시비나 소송에 휘말리지 않고 저작물을 안전하게 이용하려면 영리, 비영리 여부를 떠나 저작권자가 누구인지 파악하고, 이용 허락을 구하는 게 수순"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