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1 김용 세계은행 총재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유엔과 세계은행 모두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 놓여있는 만큼 ‘한국이 세계를 지배한다’는 말은 당연히 실체적 진실과는 거리가 멉니다.
또 국적을 따지더라도 반 총장은 한국 사람일지언정, 김 총재는 한국인이 결코 아닙니다. 실제로 요즘 WB 본부가 있는 미국 수도 워싱턴에서는 김 총재가 한국인이 아니라는 사실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우선 워싱턴을 찾는 한국 사람에 대한 차단 막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정감사 나온 한국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 기관장 등이 김 총재 면담을 의례적으로 신청하는 바람에 밀접한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만나주지 않는 정책을 펴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최근 워싱턴을 찾은 한 경제부처 관료의 요청도 거부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여는 행사의 격을 높이기 위해 한국의 주요 단체가 전화 연락을 시도하는 경우에는 아예 받지도 않는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사실 김 총재 취임 이후 한국의 일방적인 기대에도 불구, WB에서 김 총재 덕분에 한국인 직원의 위상이나 우리나라 이익이 높아진 건 없다는 게 중론입니다. 전체 WB직원(1만4,989명) 중 한국인(83명) 비율은 0.55%로 총 자본금에서 한국이 출연한 자본금 비중(43억달러ㆍ1.66%)보다 훨씬 낮습니다. 한국인 직원의 고위직 진출도 여전히 미미합니다. 김 총재가 주도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WB를 물러난 한 관계자는 “김 총재 취임 직후에는 한국계 직원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위기도 감지됐으나, 오히려 역차별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와 만나면 유창한 한국말로 ‘선배님’이라고 깎듯이 모시는 건 ‘녹색성장펀드’와 같은 한국 정부의 사업기금 유치를 위한 마케팅 활동일 뿐이라는 겁니다. 이처럼 한국과 철저히 선을 긋는 김 총재가 5년 임기(2017년 7월 만료)를 1년 남긴 상황에서 세계은행 장기전략 수립을 다그치고 나서면서 연임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 관계자는 “크리스틴 라 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이미 연임에 성공한 만큼 김 총재도 비슷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또 “2016년 미국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은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김 총재와 친분이 깊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취임 이후 계속된 개혁으로 김 총재에 대한 피로감이 극도로 높아진 일부 세계은행 직원들은 그의 연임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