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나운채 기자 = 일제강점기 당시 강제 징용된 피해자 유족이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한 미수금 지원금 지급을 취소해 달라"며 행정자치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는 '미수금을 당시의 일본 통화 1엔에 대해 대한민국 통화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옛 '태평양전쟁 전후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국외강제동원자지원법)' 조항이 합헌이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법원은 정부의 지원금 지급이 위법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부(부장판사 김용철)는 8일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징용된 A씨의 유족이 행자부를 상대로 낸 위로금 등 지급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합헌 결정이 내려진 법에 따른 정부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한국 정부는 지난 2005년 한일협정문서를 공개하면서 정부의 책임을 이행하기 위해 지난 2007년 12월 '태평양전쟁전후 국외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씨는 지난 2009년 행자부로부터 일제강점기 시절 강제 징용된 남편 A씨의 군인·군속 공탁금인 미수금 270엔에 대해 54만원을 지급받기로 통보받았다.

신씨는 "한국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미수금 지원금 형태로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고 있다"며 "1엔당 2000원이 아닌 현재 가치로 환산해 보상받아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신씨는 재판 과정에서 "'미수금을 당시의 일본 통화 1엔에 대해 대한민국 통화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한다'고 규정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며 국외강제동원자지원법 5조1항 등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헌재는 지난해 12월 "국외강제동원자지원법의 지원금은 인도적 차원의 시혜적인 금전 급부에 해당한다"며 "미수금 지원금을 1엔당 2000원으로 환산해 지급하도록 한 것이 입법 재량을 벗어나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재판관 6(합헌):3(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 환산법은 1975년을 기준으로 해 1945년부터 1975년까지 일본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인 149.8배에 1975년 당시 환율인 1엔당 1.63원을 곱하고 그 수치에 다시 1975년부터 2005년까지의 우리나라 소비자물가상승률인 7.8배를 고한 수치인 1904원(약2000원)을 근거로 산출한 것으로 보인다"며 "나름의 합리적인 기준으로 화폐가치를 반영하고 있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naun@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