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브닝 이슈] '수입맥주' 전성시대, 명과 암
수입맥주
일본
독일
벨기에
지난해 맥주 수입 규모가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세계 각국의 맛과 개성이 담긴 맥주가 국내에 밀려 들어오다 보니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은 크게 늘어났는데요.
그야말로 수입 맥주 전성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선경 아나운서와 함께 자세한 얘기 알아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한국 농수산식품 유통공사가 집계한 지난해 맥주 수입량은 17만 9백여 톤으로 1년 전에 비해 43% 늘었습니다.
맥주 수입량이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겁니다.
나라별로는 일본 맥주가 4만 6천 톤으로 전체의 27%를 차지해 가장 많았습니다.
독일 맥주가 15%로 두 번째를 기록했고,중국 맥주가 양꼬치의 인기에 힘입어 약진하면서 12%를 차지했습니다.
하이네켄으로 대표되는 네덜란드 맥주는 중국 맥주에 밀려 전년에 비해 한 계단 낮은 4위를 차지했고, 벨기에 맥주가 그다음 순이었습니다.
영상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대형마트 수입맥주 판매대에는 세계 각국에서 들어온 다양한 맛의 맥주가 가득 자리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유럽산 위주였던 국내 수입맥주 시장 판도도 바뀌고 있는데요.
[이영주/45세]
"중국 맥주를 요즘 들어서 많이 마시는데 목넘김도 좋고 가격면에서도 묶음으로 파니까 훨씬 싸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마시는 거 같아요."
국내에 들어오는 수입맥주는 55개국으로부터 500종이나 됩니다.
[조아현/38세]
"벨기에 맥주 같은 경우는 크리미 하면서도 부드럽고 목넘김이 편해서 마시고 있고요. 가격면에서도 국산하고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아서 선호하게 됩니다."
[김봉호/30세]
"멕시코산은 제가 먹기에는 목넘김이 부드럽고 탄산이 적어서 좀 많이 선호하는 편입니다. (우리나라 맥주는) 탄산 같은 게 조금 강하게 느껴져서 좀 많이…."
대형마트의 수입 맥주 점유율은 40%에 이르고 있습니다.
[박영호/43세]
"십 년 전에, 이십 년 전에 나왔던 그 맛 그대로 지금 하고 있는데 현재 지금 소비자의 입맛이나 요구에 따라가기에는 좀 많이 좀 맛이 뒤처진다고 생각하고요."
◀ 유선경 아나운서 ▶
한국인은 한 해 맥주를 얼마나 마실까요?
2013년 기준으로 살펴보면 1인당 맥주 소비량은 148.7병입니다.
지난 2010년, 139.8병이었는데 계속 늘어나 3년 뒤엔 9병 정도 더 늘어난 셈이죠.
월별로 계산하면 한 달에 12병, 하루 반 병이 조금 안됩니다.
대신 소주는 덜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우리 국민의 소주 소비량은 지난 2010년 66.4병에서 2013년 62.5병으로 네 병 정도 줄어들었습니다.
알콜 도수가 높은 소주와 양주 같은 독주보다는 도수가 낮아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저도수가 환영 받으면서 맥주 열풍이 일고 있는 겁니다.
◀ 앵커 ▶
한국의 맥주 문화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게 바로 치킨에 맥주를 곁들어 먹는 이른바 치맥 문화죠.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 관광객에 대해서 저희가 며칠 전 집중적으로 살펴봤을 때 그 준비 상황을 보여드렸는데요.
한국을 찾은 유커들의 대규모 치맥 파티 현장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인천 월미도 문화의 거리에 중국 손님들이 모여듭니다.
600미터의 거리를 가득 채운 8인용 탁자 700여 개가 어느새 빼곡히 채워집니다.
포상 휴가차 우리나라를 찾은 중국 광저우의 화장품 회사, 아오란 그룹 직원 4천500명이 치맥 파티를 하는 겁니다.
[따이팅/중국 저지앙성]
"중국에서도 먹어봤지만, 더 맛있는 것 같아요."
치맥의 본고장에서 즐기는 치킨과 맥주의 매력에 유커들은 푹 빠져들었습니다.
K-POP을 들으며 치맥을 즐기는 순간을 놓칠세라 인증 샷을 찍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그동안 한국 맥주는 좀 싱겁다는 평가를 받아온 것도 사실인데요.
바로 함께 곁들이는 '치킨'때문이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바삭한 치킨과 함께 맥주를 즐기다 보니 단독으로 마시기엔 싱겁게 느껴질 수 있다는 얘기죠.
여기에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이른바 '소맥' 폭탄주를 즐기는 영향도 있다는 지적입니다.
섞어서 마시다 보니 묵직한 맛보다는 가벼운 맛이 대세를 이뤘다는 겁니다.
하지만 해외 언론까지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혹평을 내놓거나, 북한의 김정은 제1위원장까지 한국 맥주가 맛이 없다고 말한 것으로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었죠.
그렇다면, 맥주의 맛을 결정짓는 건 뭘까요?
보도 내용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 리포트 ▶
[앤드류/미국인]
"한국 맥주는 모두 맛이 같습니다. 미국에서는 굉장히 많은 지역에서 다양한 맥주가 나오는데 모두 다른 맛을 가지고 있습니다."
맥주 맛을 결정하는 건 역시 주재료인 싹 틔운 보리, 맥아.
살짝 볶아 연갈색을 띠는 맥아는 라거, 까맣게 태우다시피한 건 진한 흑맥주로 탄생합니다.
얼마나 쓰느냐가 풍미를 좌우하는데, 맥아 비율이 100%가 아니면 맥주로 보지 않는 독일과 달리 국내에서는 10%만 넘어도 '맥주'라는 이름을 얻습니다.
[정완식/맥주 양조자]
"단가를 낮추기 위해서 쌀이나 옥수수, 전분재 등을 넣으면 아무래도 맥주의 깊은 맛이 떨어지게 됩니다."
잘 빻은 맥아를 우려내 맥즙을 뽑고, 펄펄 끓여 홉을 넣으면 쌉쌀한 맛이 완성됩니다.
상온에서 숙성시키면 묵직한 맛의 에일, 저온에서는 깔끔한 라거가 나오는데 라거 일색이던 과거와 달리 깊은 향을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습니다.
[최경아]
"다양하게 접하다 보니까 사람들의 입맛이 까다로워진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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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도 맛의 비밀.
거품은 톡 쏘는 탄산가스가 밖으로 새는 걸 막아주고, 공기와 접촉을 차단해 맛을 유지해 주기 때문에 맥주의 '왕관'으로 불립니다.
최상의 거품 두께는 2cm 정도.
제조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탄산을 발생시키는 외국 맥주는 거품 입자가 곱고 오래갑니다.
반면, 국산 맥주는 톡 쏘는 맛을 위해 인위적으로 탄산을 주입하다 보니 거품이 처음에만 부풀어 오르다 금세 꺼져버립니다.
◀ 앵커 ▶
다양한 수입 맥주의 맛에 노출된 우리 소비자들의 입맛이 이처럼 다양해지면서 대기업이 대량 생산하는 맥주 대신, 소규모 양조장에서 제조되는 다양한 맛의 '수제맥주'가 요즘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보도내용을 함께 보겠습니다.
◀ 리포트 ▶
마음 맞는 사람끼리 마시는 차가운 맥주 한 잔.
맑은 황금빛 액체를 뒤덮은 두툼한 거품.
쌉쌀한 향기를 뿜어내는 시원한 필스너 맥주입니다.
이 맥주는 이 가게 안에 있는 양조시설에서 직접 만들었습니다.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든 이런 개성 강한 맥주들을 크래프트 맥주, 보통 수제맥주라고 부릅니다.
[조성용/수제맥주집 운영]
"수제맥주같은 경우는 맥아비율이 상당히 높아요. 그래서 좋게 말하면 대단히 농후한 맛을, 진한 맛을 느낄 수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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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의 한 맥주공방에 맥주 애호가들이 모였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며 맥주를 빚는 직장인들.
주말마다 나와 매번 다른 맛의 맥주를 만들다 보니 단순 취미 이상의 실력이 쌓였고, 가족들도 응원도 받고 있다고 합니다.
[이병희/직장인]
"대회 나가서도 막 이제 상위에도 랭킹되고 맥주가 이러다 보니까 와이프가 (맥주) '공방은 가서 좀 해도 된다'. 유일한 낙이죠."
[윤현/직장인]
"친구들하고 또 나눠먹어야 되고 와이프한테도 줘야되고. 제 와이프는 요즘 하도 재고가 떨어지면 화를 내는 수준까지 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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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맥주를 만들기 시작한 지 1년 반.
이 작은 회사의 맥주가 세계 3대 맥주 대회 가운데 하나인 호주 대회에서 금메달을 받았습니다.
수입 수제맥주의 가격은 한 잔에 평균 만원 안팎.
국산은 절반 정도인 5, 6천 원 수준이어서 지금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인기입니다.
전국적으로 20여 개의 소규모 양조장이 새로 만들어지고 있거나 증설을 준비 중입니다.
◀ 앵커 ▶
수입맥주의 인기 배경에는 다양한 맥주 맛에 대한 우리 소비자들의 갈증이 자리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수입맥주라고 해서 무조건 맛이 뛰어나거나 품질이 좋은 건 아닙니다.
이번에는 수입맥주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을 살펴보겠습니다.
◀ 유선경 아나운서 ▶
독일의 유명 환경단체인 '뮌헨환경연구소'가 지난달 독일의 유명 맥주 업체 맥주 14종에서 제초제인 '글리포세이트'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습니다.
적게는 0.46, 많게는 29.74 마이크로그램의 성분이 나왔다고 밝혀 유해성 논란이 일었는데요.
'글리포세이트'는 국제 암연구소가 분류한 '발암우려 물질' 2등급에 해당하는 성분입니다.
글리포세이트가 검출된 크롬바커, 벡스, 에딩거 등 독일 맥주들은 국내 대형마트에서도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데요.
독일 맥주업체들은 이에 대해 글리포세이트 검출량이 미미하다며, 성인이 하루 천 리터를 마셔야 유해할 정도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수입 맥주의 유통기한과 관련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는데요.
네덜란드의 맥주 업체인 하이네켄은 지난해 '유통기한 일로부터 1년까지'라는 스티커를 캔 위에 덧붙여 판매했다.
유통기한에 대한 혼란을 준다는 소비자들의 항의를 받고 해당 제품 33만 개를 모두 회수했습니다.
미국 맥주 회사인 '밀러'도 유통기한을 새로 표기하기 위해 스티커를 붙인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 보도 내용, 함께 보시죠.
◀ 리포트 ▶
경기도 일산의 수입맥주 전문점.
요즘 인기인 맥주 한 병을 잔에 따랐습니다.
거품도 향도 사라진 싱거운 맛.
[맥주 전문점 점주]
"죄송합니다. 저희가 (유통기한은) 확인을 못했네요. 다른 것으로 바꿔드리겠습니다. 돈은 안 받고요."
서울 노원구의 셀프 맥주바.
제조사가 맥주의 신선도가 유지된다고 밝힌 '품질 유지 기한'을 넉 달 넘긴 겁니다.
항의했더니 원래 이런 맛이라고 합니다.
[맥주 셀프바 점원]
"이게 권고 날짜는 맞는데요. 술 자체가 김이 빠진 술이에요."
수입맥주는 유통기한을 표시하게 돼 있지만 라벨이 손상되거나 아예 없는 것도 있습니다.
수입 맥주전문점들이 앞다퉈 문을 열고 경쟁하다 보니, 김빠진 맥주도 팔리고 있는 겁니다.
[수입 맥주 전문점 관계자]
"한 박스를 받았어요. 24병을 그럼 거기서 한두 병이라도 팔았단 말이에요. 그럼 나머지 술은 어쩔 수 없이 사장님이 다 먹든 팔든 해야 하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날짜 지난 것을 먼저 빼는 거예요."
특히 배에 실려오는 수입 맥주는 운송과 유통에 평균적으로 4, 5개월이 걸려 신선도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정 철 교수/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양조학 전공]
"신선한 맛을 즐기려면 최소한 6개월 이내에 맥주(제조일자)를 확인하고 드시는 것이 신선한 맥주를 드실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